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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28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 제11차 회의에서 우리측에 신발 원자재 6000만 켤레분, 비누 2만t, 의류 7개 품목 3만t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북한 인구를 약 2300만명을 볼 때 1인당 신발은 2.5켤레, 양복은 1벌, 비누는 9개 정도가 돌아갈 수 있는 양이다.
도대체 북한의 생필품 사정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엄청난 양을 거리낌 없이 요구한 것일까.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북한의 생필품 사정이 식량난 못지 않게 심각한 실정이라며 남한 사람들은 아마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양 등 북한에서 제대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은 한켤레에 1000~5000원인 중국산 신발들을 신는다. 평양신발공장에서 운동화가 생산되고 있지만 워낙 양이 부족해 일반 상점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올 초 입국한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사정이 그나마 좋다는 평양시민도 신발공급을 제대로 받아본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신발이 너무 귀해 자동차 폐타이어로 신발 뒤축을 해 신는 시민이 대부분이며 여성 구두도 최근 폐타이어로 뒤축을 대지 않으면 신을 수 없다고 한다.
조선-체코 합영회사 사장을 지낸 탈북자 김태산씨는 북한의 신발사정은 이미 1994년 이전 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1994년 김복신 정무원 부총리 겸 경공업위원장(장관)이 전방부대를 방문했을 때 군인들이 신발이 없어 교대로 바꿔 신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신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경제 전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그 여파로 그는 몇 년 뒤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김씨는 "북한이 그동안 신발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생고무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 왔는데 외화난으로 거의 수입이 중단됐다"면서 "지금은 은하무역총국에서 의류가공 합장공장을 운영해 버는 연 수입 600만∼700백만 달러로 생고무를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평양시민들조차도 신발을 다 신기기 어려운 양이라고 한다.
국가예산이 바닥나 인민군에 공급하는 신발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군인들도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있다.
군인출신의 한 탈북자는 "신병들이 처음 전입해오면 훈련소에서 배급받은 신발을 고참들이 강제로 빼앗아 시장에 내다 팔아 잇속을 챙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누더기같이 닳고 헤진 '지하족'(군인들의 평소 싣는 비전투용 신발)을 신고 다니는 병사들이 부지기수며, 그 모습은 마적단을 방불케 한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악지방이면서 험한 일을 하는 농민들과 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신발이 생명줄과 같다.
최근 탈북한 함북 출신의 한 탈북자는 "농촌에 가면 한쪽엔 구두와 또 다른 한쪽에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은 그 나마 나은 편이고, 나무신발, 짚신, 폐타이어 신발들이 등장해 봉건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신발이 빨리 닳는 이유는 운송수단이 거의 없고, 포장도로도 없는 험한 길을 너무 많이 걷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악순환이어서 품질이 낮은 웬만한 운동화는 한 달이면 밑창이 다 닳고 찢어져 정상적으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한다.
최근 라진-선봉을 방문한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안내한 보위원들이 신고 있던 운동화도 찢어져 있었으며, 지나다니는 아이들은 누더기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일부는 맨발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먹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신발이나 비누 등 생필품과 의약품 등 기초생필품 사정이 너무 열악해 보기 딱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떨어진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그런대로 봐줄 수 있지만 비오는 날이나 추운 날에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차마 볼 수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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