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올려 보내는 대북지원]
노무현 정부의
대북지원이 봇물이 터진 듯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년이 채 안 된 2005년 10월 현재 공식지원만 23억 달러(약
2조3천억원)라고 한다(홍관희). 공식적으로는 정부가 내년부터 5년간 5조25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서를 내놓았다. 누가 이 말을 믿을까.
2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전력지원(조갑제)까지 합하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들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향후 5년간만 대충
계산하면, ‘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 전력지원에 버금가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다고 할 때, 공식 비공식 합해서 총50조원 매년 평균
10조원(100억 달러)이 들 듯하다. 1달러의 뇌물도 주지 않았다고 잡아뗐지만 실지로는 5천억 달러를 상납한 김대중 정부가 자랑하던 햇볕정책을
업그레이드한 평화번영정책으로 득의만면해 하는 정부인지라, 혹여 자칭 ‘민족’ 정부가 2007년에도 대권을 잡는다면, 5조2500억원을 10배
늘려 김정일 ‘통일 대통령’에게 화끈하게 52조5천억원의 ‘성의’를 표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우선 정부는
2006년도에 최근 3년 동안 쓴 것보다 많은 2조6334억원을 계획하고 2005년에 비해 남북협력기금을 110% 증액하려고 한다. 모자라는
4500억원은 통일부 명의로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끌어 쓸 모양이다. 앞으로는 해마다 2배씩 증가하여 5년 후에는 2의 5제곱, 곧 32조원(약
300억 달러)이 투입될 듯하다. 한국의 1400만 전 근로자가 원천징수 당하는 세금을 한 푼도 남김없이 해마다 몽땅 바쳐야 그 비용을 빠듯하게
댈 수 있을 듯하다.
[‘통일비용’이 아니라 ‘분단고착 비용’]
국회에서 야당이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볼멘소리를
하자, 정부와 여당은 독일의 예를 들면서 ‘통일비용’을 아끼는 거라며 ‘냉전적 사고’를 질타한다. 현 정부와 여당은 대체로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거꾸로 뒤집어씌우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특히 대북관계와 경제 부문이 그렇다. 김정일의 독재 체제를 적극
지원하는 ‘분단 고착화 비용’을 ‘통일비용’이라고 먼저 자신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야당 의원과 세금납부자인 국민을 노골적으로 ‘의식화’ 시키려고
든다. ‘0:27’의 국민심판에도 도리어 ‘뭘 모르는 민심’을 탓하며, 정치와 사회는 안정되어 있고 경제든 외교든 유례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홍보한다.
해외에서 천문학적인 달러를 벌어오는 국내의 대기업은 지배구조니 투명성이니 뭐니 하면서 갖은 꼬투리를 잡아 결과적으로 더
이상 돈을 못 벌어오게 방해하지만,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절대자로 북한의 전 재산과 전 주민에 대해 99%의 지배권을 휘두르는 김정일에게는 그
지배구조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단돈 1달러도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 안 되는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빈말로도 투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북한
얘기만 나오면 오로지 좋은 쪽으로만 해석한다. 국제식량기구가 분배의 투명성을 100번 확인할 때 고작 1번꼴로 확인하고는(그나마 미리 정보를
흘리고), 대통령과 맞담배 피우는 국무총리가 북한의 장마당에서 찍힌 한국의 쌀 포대 사진을 다 봤지 않느냐, 그건 곧 북한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며 떳떳해 하고 뿌듯해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과 민주투사 출신의 국무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엉터리 통계가 아닌
진짜 통계에 의하면 실업자가 넘쳐나는데도 국가 총동원력을 내려 갖은 명목으로 세금을 쥐어짜내서 최우선적으로, 말발굽에 짓밟힌 남의 송나라가
말채찍을 휘두르는 북의 요나라와 금나라와 몽골에게 전쟁배상금을 보냈듯이 밑도 끝도 없이 북으로 바리바리 차떼기 배 떼기로 올려 보낸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과 친북좌파들은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사랑에 눈먼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2천만 인질과 4800만 자유민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대북지원]
란코프 교수도
지적하고 지난 5월의 졸고 ‘북한의 자생력을 짓밟은 햇볕정책’에서 주장했듯이, 조건 없는 대북지원은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방해하여 김정일의
독재를 한층 강화하고 북한주민의 삶을 더욱 괴롭게 한다. 정부와 여당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불안의 버섯구름을 드리운다.
김일성이 죽은 이후로만 따져도, 벌써 11년이다. 산골짜기의 수력발전소 정도의 용량밖에 안 되는 5MW 원자로 하나 폐쇄하는
대가로 한미일이 에너지와 식량과 비료와 달러와 의료품을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지원하는 것 못지않게 쏟아 부은 지도 10년이다. 10년이면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강산도 변하는데, 한국은 정권이 2번이나 바뀌는데, 북한만은 철문을 굳게 닫고 공포와 기아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중국과
대만은 전화만 1년에 2억 통씩 주고받는데, ‘민족’과 ‘평화’를 그렇게 소리 높여 부르짖지만 남북은 편지 한 통 주고받지 못한다. 중국과
대만은 1년에 200만이 마음대로 오가고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원하면 언제든지 안방과 사랑방을 드나드는데, ‘냉전종식’과 ‘남북교류’를
그렇게 쌍 나팔 불지만 남북은 단 한 이산가족도 서로의 안방과 사랑방을 드나들기는커녕 멀리서 구경조차 못한다.
지난 10년간
대북지원은 99% 김정일 독재체제 확립에 악용되었다는 명명백백한 증거다. 중국을 보고 동구를 보고 러시아를 보라. 개혁개방 10년이면 말 그대로
천지가 개벽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개혁개방할 생각이 인간의 피를 빨아먹을 때에 흘릴 법한 모기의 눈물만큼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군사력 강화와
그를 통한 권력 강화에 최우선적으로 자본과 자원과 인력을 투입할 따름이다. ‘같은 민족’을 300만이나 굶겨 죽이고 ‘같은 민족’을 20만이나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같은 민족’을 배를 곯려 30만이나 탈출 시키고도, 단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부터 돈과 물자를 접수하는 창구만 ‘통
크게’ 열어놓고는 그것을 개혁개방이라고 한다. 한국의 정부와 여당과 어용 언론과 어용 시민단체는 이에 ‘화끈하게’ 화답하여 그것을 천지개벽의
‘민족화해’요, 세계사적인 ‘개혁개방’이라고 추켜세운다. 세계최대의 코미디이다.
김정일 ‘신국(神國)’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무엇이든 보내면, 단돈 1달러도 그것은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천출 장군의 전리품’으로 기록될 뿐이다. 이어서 그것은 10억 달러의 관광비든,
500만톤의 식량이든(이 중에 200만톤이 미국산), 100만톤의 비료든, 300만톤의 중유든 김정일 절대자의 하사품으로 둔갑하여 충성도에 따라
지급될 따름이다. 어떤 자금도 자원도 식량도 효율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배분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혀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반대로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나타날 뿐이다.
[시장경제의 승수효과와
통제경제의 구축효과]
자유와 자율과 개방과 경쟁이 보장된 시장경제 하에서는 자본과 인력과 자원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승수효과가 파도처럼 일어나 1달러는 순식간에 2달러, 4달러, 8달러로, 1억 달러로, 100억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나라가 60년대 이후 약 30년간의 한국과 80년대 이후의 중국이다. 반면에 억압과 강제와 폐쇄와 눈치가 강요되는 통제경제 하에서는 자본과
인력과 자원이 황당할 정도로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구축효과가 블랙홀처럼 일어나 100억 달러는 순식간에 50억 달러, 25억 달러,
10억 달러, 1억 달러, 1달러로 쪼그라든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준 나라가 구소련이요, 모택동 치하의 중국이요, 지난 60년간의 북한이다.
김일성은 일제가 남기고 간 당시 세계최고 수준의 산업시설을 말아 먹고 소련과 중공이 다투어 제공하던 자원과 자본과 기술도 다 말아
먹었고, 이제 김정일은 한국이 제일 앞장서서 퍼 주는 종자돈과 씨앗과 씨암탉을 보내는 족족 탕진하거나 인심 쓰거나 잡아먹고는 핵무기와 미사일과
방사포와 110만 대군으로 미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척 한국을 협박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협동농장 하나 농민에게 돌려 주지 않아도 자신을 먹여
살리는 한국이 이것 하나 건의하지 않는데, 김정일이 무엇이 아쉬울 것이 있겠는가. 한국은 그가 현재 자손만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만 하도록
적극 도와 줄 따름이다. 뒤늦게 정신 차린 미국과 일본과 EU가 점잖게 타이르면, 바르르 떨면서 반미와 반일의 깃발을 내세운다. 아차, 놀란
UN이 김정일의 같은 민족을 상대로 한 인권 탄압을 규탄하면, 남북관계의 특수성 운운하면서 핵무기를 손에 든 김정일 눈치나 살핀다.
아무 조건 없이 북한에 지원하면 할수록 김정일 독재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북한주민의 고통은 가중되기만 한다. 더불어 친북좌파를
등에 업은 한국의 정권은 더욱 공고해지고 한국인의 고통은 암 덩어리처럼 커진다. 또한 남북은 한반도를 옛 식민지로 착각하는 중국 외의 전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따돌림 당한다.
(2005. 11. 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