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9 08:00]
“북한에서 500일 살아보니…60년대 우리 모습과 똑같더라” |
‘북한에서 바라본 북한’ 쓴 권태면 전 케도 북한 주재 대표 |
[쿠키 문화] ○…최근 평양 관광길에서 아기를 출산한 황선씨 얘기가 화제가 되었다. 북한에서 남한 아기가 태어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북한땅에서 몇 년째 살고 있는 남한 사람들도 있다. 함경도 신포 경수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한 노동자들과 공무원들이 그들이다. 1997년 경수로 공사 시작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 분단 이후 최초의 북한 거주자들이 되었다. 권태면(49)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북한 주재 대표로 2003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500일가량을 북한에서 살다가 돌아왔다. 그의 이 특별한 경험이 담긴 책이 ‘북한에서 바라 본 북한’(중명출판사)이다. “경수로 공사를 하는 한전 직원들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케도 공무원들 해서 한 1000명이 지금 북한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발전소 부지는 우리의 여의도만한 땅인데,남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은 용산 미군부대만한 크기라고 보면 됩니다.” 그가 전하는 북한의 풍경은 1960년대 남한과 꼭 닮았다. “북한의 현재 모습이 알고 싶다면 자기의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리기만 하면 돼요. 1960년대 남한의 모습과 정말 똑같아요. 비포장도로,자전거,신작로,학교 모양새도 똑같고,그 사람들의 멘탈리티도 그 때 남한 사람들과 똑 같아요. 그래서 북한땅에서 향수를 느끼는 나이 든 근로자들도 많아요.” 그는 북한에서 사는 내내 감동과 절망이 교차되는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과 접촉해 보면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헌신적 자세,순수한 인간성,강인한 생활력 등에서 감동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사는 모습을 보면 참담하죠. 더구나 나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으니 절망적이 됩니다. 그 사람들은 바깥 사정을 모르니까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만약 남한이나 외국 모습을 보게 된다면 자살하고 싶겠죠.” 책에는 그가 만난 여러 부류의 북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한 근로자들 주거지역에 들어와 남한으로 갈 수 없겠느냐고 간청하는 사람들,케도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여성 접대원들이 받는 문화적 충격,그리고 ‘소비에트 스타일’의 북한 관리들,봄이면 도로변에 코스모스를 심는 아이들이 그들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관련 업무를 해온 저자의 북한관이 정리돼 있는 마지막 장은 독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균형잡힌 인식을 제공한다. 그는 “지난 50년간 변하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5년간 북한에서 일어난 변화는 놀라운 것”이라면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인내를 가지고 북한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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