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내 반공을 둘러싼 때아닌 논쟁이 불붙었다.
계기는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과 박상증 前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을 공동대표로 하는 좌우 인사들이 21일 ‘국민통합시민운동’이라는 단체를 창립하며 통합의 기본원칙에 ‘반공(反共)주의 지양’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반발하는 보수 진영과 <시대정신>간에 ‘반공’의 개념을 둘러싼 상이한 해석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갈등은 2010년 <시대정신> 안병직 이사장이 문화일보 칼럼을 통해 ‘보수는 반공을 포기하고, 진보는 종북을 버려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대한민국은 반공 자유민주주의가 국시’라고 반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안병직 이사장을 비롯, ‘좌-우통합’ 진영은 과거와 같은 반공과 권위주의로는 더 이상 사회통합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즉, 종북을 제외한 사회민주주의 진영도 이제는 포용할 때가 되었다는 입장이다. 이 점에 대해 안병직 이사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국민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까닭이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대한민국과 자유주의를 공통의 기반으로 경쟁·협력할 수 있는 사회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과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자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아무런 내용도 없는 반공주의를 가지고 국민을 적과 동지로 분열시키는 일이라든지, 종북주의로 대한민국의 전복을 노리는 것은 한갓 꿈일 뿐이다.” (2010.9.20. 데일리 NK칼럼 - 반공자유민주주의, 국가이념으로 적절한가?)
이러한 입장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기본 원리로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주장될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누구든 사상과 표현, 그리고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병직 이사장을 비롯, 김영환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위원, 그리고 국민대통합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하태경의원 등이 이러한 ‘반공지양(反共止揚)’의 구체적 실천과제로서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
찬양고무죄가 왜 종북이 아닌 사민주의자들에게 문제라는 건가
국가보안법 7조는 흔히 반국가단체나 그의 지령을 받은 자들에 대한 찬양, 고무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때 반국가단체란 안병직 이사장이 포용을 주장하는 ‘사회민주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헌법은 ‘사회민주주의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재 진보당을 비롯 사회당과 같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 사회주의 색채의 정당활동조차도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민주의를 포용하는 좌-우통합에 국가보안법의 이적 찬양 고무죄가 걸림돌이 된다는 안병직 이사장과 여기에 같은 주장을 펴는 국민통합위 간사, 새누리당 하태경의원의 입장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7조의 찬양고무죄는 무턱대고 북한을 찬양한다고 해서 다 죄가 되지 않는다.
이 법 1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동조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단순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존립과 안전,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려는 목적이나 이에 해당하는 미필적 고의가 없는 한 사실상 법원은 이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도 ‘객관적 판단 가능성’을 이유로 2004년 이 조항에 대해 전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 대통합위원회에서 배제되어야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 7조 폐지론자들은 국정원이 이 ‘찬양고무 금지’조항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문제를 삼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 또는 이적표현물 소지자에 대해 국가가 그런 자의 ‘의도’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이 죄에 대해 기소가 남용되는 것이지, 조사하는 그 자체를 국정원의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점에서 안병직 이사장과 김영환 북한 민주화네트워크위원 등이 좌-우통합을 위해 이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논리적 결함이 있다.
올바로 주장하려면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7조항에 대해 기소남용을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가당착적인 주장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점이 가장 큰 수수께끼다.
종북이 아닌 진보는 포용하자면서, 종북이 아닌 진보라면 당연히 범하지 않을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죄를 폐지하자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끌어 안아야 할 ‘사회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의 찬양 고무죄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그러므로 결론은 분명하다.
국민통합이든, 사회통합이든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 연방제 찬성’과 같은 주장을 하는 자들은 종북이든 아니든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위 기사의 출처는 미래한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