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찾아간 박근혜
'朴 지지' 시인 김지하 "이정희 재수없어서…"
● 박경리문학관에서 40여분 환담 "이정희 27억, 나라가 제대로 가는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13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의 박경리문학관을 찾아 최근 자신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김지하 시인과 환담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문학관 관장실에서 40여분간 김 시인과 그의 아내이자 소설가 고(故) 박경리 씨의 딸인 김영주 씨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담을 주고 받았다.
박 후보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 뜻을 밝힌 김 시인에게 "통합을 이뤄 나가는 데 큰 힘이 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고, 김 시인은 "그 고생을 하고도 난 박근혜가 좋다"는 말로 힘을 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에서 수차례 옥고를 치른 김 시인은 박 후보를 지지한 이유를 "대장(아내를 지칭)이 하라고 해서 한 거야. 나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처럼 깡통이 아니야"라고 운을 뗐다.
그는 "어느날 부인이 박 후보의 고민을 알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총에 맞아 죽은 딸이 18년을 어떤 고통 속에서 보냈겠느냐. 어떤 내적 성장을 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박근혜씨 마음에 뭐가 싹트고 있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 옆에서 스태프들만 잘 해주면 (박 후보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드릴 말씀은 그것 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내 김 씨는 "당신이 '여성시대'라고 박 후보가 돼야 한다고 했다"는 말로 좌중을 웃게 했다.
박 후보는 "이번에 큰 결단으로 지지 해주셨는데 제가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통합을 이뤄 나가는데 있어서도 큰 힘이 돼주시고 단초를 열어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또한 "여성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는 시대가 열리면 세상이 편해진다"며 "근본적으로 여성은 모성, 어머니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열 자식이 있어도 하나도 안 굶기려 하고, 힘들어 하는 자식은 애정을 갖고 위해주는 마음이 있다. 그래야 통합도 평화도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집사람이 그러는데 여자가 시집을 안가고 애를 못낳아도 마음만 먹으면 여자 몸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엄마노릇, 부인노릇, 돈벌이, 밥하기 다 할 수 있다고 했다"고 거들었고, 아내 김 씨도 "그렇다. 태생적으로 무조건 갖고 있다"고 동의했다.
박 후보는 "부모님이 다 그렇게 돌아가시고 생활 속에서 가족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굉장히 절실하게 느꼈다"며 "공원 같은데서도 가족끼리 휴일 보내는 모습을 보면 소중한 가족의 행복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국민의 행복지킴이가 되겠다는 생각이 이번에 (선거에) 나온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또 "부탁을 좀 하자"며 "반값, 무료가 아주 유행인데 박 후보도 마찬가지다. 근데 조심해야 한다. 대학을 무료로, 반값으로 하면 대학 내부 커리큘럼, 교육 내용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 후보는 이에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으로 올릴 것"이라며 "반값등록금도 다 똑같이 반값이 아니라 (소득계층별로) 75%, 50% 등 지원하는 게 다르다. 비싼 등록금 부담을 덜어줘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마음 껏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중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시인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에 대해 "지나가다 '코리아 연방'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데 저 사람이 누군데 (대선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는가 (했다)"며 "이정희가 재수 없어서 두번째는 (TV토론을) 안봤다. 나오는거 보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고 원색 비난했다.
그는 지난 2차 TV토론에서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보조금 27억을 받고 먹튀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박씨 가문의 명언이 나왔다. 평소엔 말을 잘하는 것 같지 않더니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냐"며 "(이 후보가) 27억원이나 받고 주둥이를 놀리고, 우리나라 제대로 가는거요"라고 반문했다.
또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은데 알다시피 내가 박정희 선생을 굉장히 미워했던 사람"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를 회상했고, 배석한 조윤선 대변인에겐 "박근혜 선생이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야. 당신이 잘해야지"라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김 시인은 박 후보에게 "읽을 시간이 있냐"며 저서 '춤추는 도깨비' '예감이 가득찬 숲'을 선물했고, 박 후보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곧 끝나니까요"라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 출처 : 중앙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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