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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양보' 안철수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데일리안

鶴山 徐 仁 2012. 11. 25. 23:28

 

'두번의 양보' 안철수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박원순 후보와의 '웃음 + 포옹' 문재인 후보와는 '갈등 + 눈물'
재야인사 비난에 지지율 하락 부담 결국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 2012.11.24 08: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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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공평동 진심캠프 사무실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공평동 진심캠프 사무실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힌뒤 울먹이는 윤영관 전 외무부 장관과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이 23일 저녁 서울 공평동 진심캠프에서 양측 대리인 특사 회동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한숨을 몰아쉬며 브리핑룸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 대변인은 양측의 협상결렬을 발표한뒤 안 후보의 입장표명을 예고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이 한마디 뒤로 긴 침묵이 흘렀다. 23일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것과 관련,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긴 침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2차례 걸쳐 3~4초 간 침묵을 지켰다. 이어 나온 단어는 ‘국민’이었다. 안 후보가 대선행보 중 가장 많이 쓴 말이 “국민의 뜻”이었고, 이날 후보사퇴 기자회견문엔 국민이란 단어가 8번 등장했다.

안 후보가 언급한 ‘국민’을 다시 연결하면 그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유가 설명된다. “더 이상 단일화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다.”,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결국, ‘국민의 뜻’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국민의 뜻’에 따라 후보직 사퇴를 하게 된 셈이다.

'웃으며 양보한' 서울시장후보, '울먹이며 내려온' 대선후보

이날 안 후보의 사퇴는 지난해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웃음과 포옹’으로 상징되는 양보와 ‘갈등과 눈물’의 백의종군은 확연히 대비된다.

우선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던 당시 안 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50%를 넘나들었다. “출마만 결심하면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안 후보는 9월 6일 세종문화 회관에서 박 후보와 만나 포옹하며 후보직을 넘겼다. 안 후보는 “박 후보와 만나서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고, 누구보다 서울시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차이는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선언 여부다. “누구보다 잘할 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박 후보를 서울시장 자리까지 밀어줬던 때와 달리, 이날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달라”는 짧은 언급뿐이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울먹이며 단일후보 자리를 내준 만큼, 당장 서울시장 선거 때와 같은 ‘화합적 결합’을 기대하긴 어렵다.

당시 양보가 ‘50%가 5%에게 양보’였다면 이번엔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 이뤄진 양보다.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안 후보가 사퇴를 결심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후보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에 있는 한 인사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크게 앞섰다면 이번에도 양보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단일화 파열음→지지자 압박 못 견뎌…"투신사건 영향 줬을 것"

지지자들의 거센 압박도 한몫했다. 단일화 협상이 이날까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야권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고, 시민단체와 사회원로인사들까지 성명을 내고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 와중에 전북 완주에 사는 한 시민이 단일화를 요구하는 유서와 플래카드를 남기고 아파트 1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듣고 안 후보는 “충격적이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 캠프 안팎에선 “이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진흙탕 싸움 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캠프 한 관계자는 “안 후보는 새정치를 위해 뛰어들었고, 안타깝지만 이에 반하는 길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낡은 정치권에 맞서 ‘새정치’ 깃발을 들어 올린 그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이것이 구(舊)정치가 아닌가’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결국 당초 약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와 거리가 점점 멀어지자 스스로 퇴장을 선언한 것.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일시 중단 선언 등으로 진흙탕싸움을 만들었고, 이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지지자들에게 실망으로 이어졌다. 판세를 더욱 불리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단일화 방식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아닌, 이를 둘러싸고 깊어졌던 불협화음을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앞서 안 후보 측 선대인 국민정책참여단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제발 합의하시라. 먼저 양보하시라. 솔선수범 리더십을 말씀하셨던 안 후보가 더 많이 양보하시라. 그게 안 후보 본연의 모습”이라며 “오늘 양보하는 자가 역사의 승자가 된다는 점을 제발 깨달으시라”고 충고했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