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16 23:05 | 수정 : 2012.11.16 23:22
안 후보 회견과 문 후보 반응을 보면 이번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는 뚜렷하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이 문 후보를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예로 '안철수 양보론'을 퍼뜨리고 당원들에게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대량 살포한 것 등을 들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근들이 일상적인 정당 활동이나 일부 인사들이 사석에서 한 발언을 부풀려 보고해 안 후보가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일화를 한다는 건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쪽을 단일 후보로 세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안 후보가 늘 입에 올려 왔듯이 단일화는 두 세력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의 가치를 제시하고 그 가치 아래 두 세력이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호 간에 최소한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문·안 두 후보 측 분위기는 딴판이다. 안 후보가 이날 당장 실천을 요구한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당 혁신 과제"가 무엇인지를 두고도 서로 견해가 다르다. 한쪽에선 안 후보 요구가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누구 목을 치라는 게 아니라 계파 중심의 잘못된 정치 행태를 바꾸라는 것"이라고 했다. 문·안 후보 각 진영 안에서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돌았다. 이러다 보니 서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도대체 무얼 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불만과 불평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문·안 후보는 곧 다시 만나고 단일화 협상을 재개하겠지만, 지금처럼 추상적인 말로 빙빙 돌리거나 동문서답(東問西答)식 알쏭달쏭한 선(禪)문답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단일화한다면서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니 국민이 그 말을 어떻게 알아듣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