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베트에서의 7일 >
<국방일보 2011. 8. 19.>
이 영 해 한양대 산업경영공학 교수ㆍ(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미국 인기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티베트에서 7년 동안 지내게 된 서양인의 정신세계 변화를 다룬 영화였다. 필자는 지난 8월 초 중국 티베트의 주도인 라싸(Lahsa)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 강연 초청을 받아 7일간 티베트를 다녀왔다.
라싸는 티베트어로 ‘신의 땅’을 일컫는 말로 1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로 해발 3800m의 고산지대에 있으며 티베트 불교의 중심지다. 승려 인구만 5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불교문화가 곳곳에 스며 있으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없는 대신 ‘따시델레’(복 받으세요)가 대신할 정도로 불교문화의 영향이 크다.
중국 영토의 4분의 1이나 되는 티베트는 1951년 5월 23일 조약을 통해 중국과 합병했다. 1959년 3월 달라이 라마 14세는 티베트를 떠나 인도 북서부의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다. 티베트 최고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평생을 바쳐왔다.
많은 티베트 사람들은 자기 고향을 떠나 달라이 라마가 거처했던 포탈라 궁이나 세계 유일의 석가모니 등신불이 있는 조캉사원을 향해 수백㎞를 수년에 걸쳐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한다. 이는 고통스럽지만 중생이 빠지기 쉬운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기 위해 하는 불가의 성스러운 기도법으로, 수행하는 동안 자기가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외래문화가 밀려오면서 티베트가 많이 바뀌었지만, 불교문화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어 욕심을 버리는 삶의 방식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친절하고 순박하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생활 풍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전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방문을 위해 중국 비자 외에 특별 허가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티베트의 라싸 주요 건물과 거리에는 총을 든 군인과 경찰들이 많이 보였으며 주요 사찰과 관광지에는 공항검색대와 같은 설비물로 출입하는 사람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힘이 없는 국가나 민족은 항상 외세의 침입을 빈번히 받아왔으며 우리 또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풍요로움과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하는 것도 조국광복을 위해 풍찬노숙하면서 일생을 불살랐던 애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과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듯이 선열들의 희생을 현재에 되살리고 미래를 밝히는 가치로 우뚝 세우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남겨진 시대적 사명이다. 우리는 이제 과거의 아픈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도록 내부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민족 공동체 의식을 바로 세우고 국가 산업경쟁력 향상과 국가 방위에 더욱 국민의 힘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
또 외부로부터의 도발이 있다면 이순신 장군의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의 결연한 의지로 우리 모두 단단히 무장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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