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필리핀 조선소 '역발상 현장' 수빅(필리핀)=김덕한 기자
'비가 많은 곳에는 조선소를 지을 수 없다', '연관산업이 없는 곳에다 조선소를 짓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조선소 입지에 관한 이런 정설(定說)들은 한국인들 앞에선 단지 교과서에 갇혀 있는 얘기일 뿐이다. 우리나라 조선(造船)회사가 해외에 지은 종합조선소에서 첫 번째 배가 탄생했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Subic)조선소에서 건조한 첫 선박인 4300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 4300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 컨테이너선이 주인공이다. 회사측은 "이 배가 최근 해상 시운전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선주(船主)사로부터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배는 교과서대로라면 불가능한 곳에서 만들어졌다. 아무 연관산업도 없는 바닷가 허허벌판, 하루에 몇 백㎜까지 비가 쏟아지는 열대의 열기 속에서 작년 3월 배를 짓기 시작한 지 1년3개월 만에 빛을 본 기적 같은 작품인 것이다. 세계 조선업계는 "한국인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또다시 바꾸어냈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수빅만에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드는 일은 '속도전'이었다. 조선소 착공도 하기 전에 배를 수주하고, 조선소와 함께 배를 짓고, 조선업이 뭔지도 모르는 필리핀인들을 뽑아 작업을 시키면서 기능공 양성 교육도 시켰다. 속도전의 배후에는 한국인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다. 사실 필리핀은 조선소를 할 수 있는 조건보다 할 수 없는 조건이 훨씬 많아 보이는 곳이었다. 못 하나에서부터 모든 원·부자재를 바깥에서 실어 와야 하고, 5월부터 11월까지 긴 우기(雨期) 동안 비가 내리니 용접·도장 같은 조선소의 핵심 공정을 할 수가 없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열대의 열기 속에서 거대한 쇳덩어리 위에 올라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한진중공업 김정훈 부회장은 "수빅 진출을 결정하던 2006년까지도 회사 내부에까지 반대 의견이 강력했지만 창조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갖자는 '빅 싱크(Big Think)' 전략으로 밀어붙였다"면서 "수빅조선소에는 세계 조선(造船) 역사에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24시간 2교대 근무. 필리핀의 풍부한 인력을 활용, 낮 근무조와 밤 근무조로 나눠 24시간 동안 작업하도록 했다. 부품 운반·배치 같은 위험한 작업은 낮에 하고, 용접·도장 같은 노동집약적인 일은 밤에 하도록 했다. 열대의 열기를 피하면서 작업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도크에도 천막을 쳐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8/2008061801491.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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