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하늘도 바다도 놀랐다 대한민국 조선 파워

鶴山 徐 仁 2008. 6. 20. 09:53

한진중공업 필리핀 조선소 '역발상 현장'
24시간 근무 도입 더위 이겨내고 도크도 실내처럼 만들어 비 막아
비 내리는 기후에선 인프라 없는 지역에선 조선소는 안된다고 누가 말했나
어허 둥둥 배 띄워라 대한민국 造船에 '미션 임파서블'은 없다

수빅(필리핀)=김덕한 기자

 

'비가 많은 곳에는 조선소를 지을 수 없다', '연관산업이 없는 곳에다 조선소를 짓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조선소 입지에 관한 이런 정설(定說)들은 한국인들 앞에선 단지 교과서에 갇혀 있는 얘기일 뿐이다.

우리나라 조선(造船)회사가 해외에 지은 종합조선소에서 첫 번째 배가 탄생했다. 한진중공업필리핀 수빅(Subic)조선소에서 건조한 첫 선박인 4300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 4300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 컨테이너선이 주인공이다. 회사측은 "이 배가 최근 해상 시운전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선주(船主)사로부터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배는 교과서대로라면 불가능한 곳에서 만들어졌다. 아무 연관산업도 없는 바닷가 허허벌판, 하루에 몇 백㎜까지 비가 쏟아지는 열대의 열기 속에서 작년 3월 배를 짓기 시작한 지 1년3개월 만에 빛을 본 기적 같은 작품인 것이다. 세계 조선업계는 "한국인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또다시 바꾸어냈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한진중공업이 제작을 마친 첫 건조 선박인 그리스 디오릭스사의 컨테이너선이 이달 초 해상 시운전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인 상상력, 세계 조선 역사를 바꾸다

수빅만에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드는 일은 '속도전'이었다. 조선소 착공도 하기 전에 배를 수주하고, 조선소와 함께 배를 짓고, 조선업이 뭔지도 모르는 필리핀인들을 뽑아 작업을 시키면서 기능공 양성 교육도 시켰다.

속도전의 배후에는 한국인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다. 사실 필리핀은 조선소를 할 수 있는 조건보다 할 수 없는 조건이 훨씬 많아 보이는 곳이었다. 못 하나에서부터 모든 원·부자재를 바깥에서 실어 와야 하고, 5월부터 11월까지 긴 우기(雨期) 동안 비가 내리니 용접·도장 같은 조선소의 핵심 공정을 할 수가 없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열대의 열기 속에서 거대한 쇳덩어리 위에 올라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한진중공업 김정훈 부회장은 "수빅 진출을 결정하던 2006년까지도 회사 내부에까지 반대 의견이 강력했지만 창조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갖자는 '빅 싱크(Big Think)' 전략으로 밀어붙였다"면서 "수빅조선소에는 세계 조선(造船) 역사에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24시간 2교대 근무. 필리핀의 풍부한 인력을 활용, 낮 근무조와 밤 근무조로 나눠 24시간 동안 작업하도록 했다. 부품 운반·배치 같은 위험한 작업은 낮에 하고, 용접·도장 같은 노동집약적인 일은 밤에 하도록 했다. 열대의 열기를 피하면서 작업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도크에도 천막을 쳐라!"

수빅조선소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또 다른 상상력의 결정판은 실내(室內) 작업이다. 긴 우기에 대비해 철판을 자르고, 가공하고, 도장하고, 용접하는 시설을 기다란 일관 실내 공정으로 해결하도록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도크(dock·큰 배를 진수시키기 위해 만든 일종의 물 웅덩이)까지 실내화할 수는 없었다. 길이 370m에 폭이 100m가 넘는 거대한 도크를 돔경기장처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진중공업은 앞뒤가 트인 집 모양의 철제 비가림시설(shelter)을 만들어 도크 내에 배치해놓고, 이를 필요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으로 크레인으로 옮겼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만 그때그때 '실내'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전례 없는 방식으로 비 오는 날에도 도크에서 용접·도장을 맘대로 할 수 있게 됐다.

한진중공업 박규원 사장은 "26만여 ㎡(약 8만평)짜리 좁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도크 바깥에 댐을 만들어 도크보다 더 큰 배를 만들어 낸 창의력이 한국 조선산업을 세계 1등으로 만들었다"며 "필리핀에서도 큰 생각(big think)과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조선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빅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인 1만2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포함, 모두 39척 34억달러어치를 수주해놓고 있다. 그래서 2단계 조선소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한진중공업 덕분에 단박에 한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의 조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박규원 사장은 "영도조선소의 집약된 기술을 바탕으로 수빅조선소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끌어올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8/20080618014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