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추가 부실 50억~100억 달러 전망
외국인 한국증시서 어제만 1조넘게 팔아
"1700선 무너지면 저가매수 기회" 분석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쇼크가 태풍으로 몰아칠 것인가.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도 이날 3.35% 급락한 1만3504로 마감,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입한 중국펀드들이 주로 투자하는 홍콩 항성H지수는 6.56%나 대폭락했다.- ▲ 1700 턱걸이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사상 두 번째인 1조원대의 주식을 매도, 코스피지수가 1700선 붕괴 직전까지 떨어진 16일 서울 여의도의 증권사 객장에서 한 개인투자자가 주식 시세판을 보며 참담해 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심상찮은 미국 상황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의 시련이 폭풍 수준에서 그치느냐, 태풍으로 커지느냐는 미국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최근 미국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금융기관 부실 문제는 '씨티 쇼크'에 이어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씨티그룹에서 추가로 50억~100억 달러의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불길한 전망 때문에 지난 15일 씨티그룹, 메릴린치,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IG 등의 주가가 2~7%나 하락했다.
이들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아시아와 중동 등 투자기관으로부터의 긴급자금 수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15일 싱가포르 정부와 쿠웨이트 투자청, 샌포드 웨일(Weill) 전 회장,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Al-Waleed) 빈 탈랄 왕자 등으로부터 145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도 금리와 재정을 동원,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 말이 1차 고비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를 50bp(0.5% 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인지, 부시 대통령이 28일 국정연설에서 발표할 재정정책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세계 금융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한국증시 3무(無)에 빠지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에서도 특히 한국증시가 받은 충격은 크다.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가려는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타격을 제일 심하게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서비스사인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올해 들어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액은 ▲한국 28억9800만 달러 ▲대만 5억100만 달러 ▲태국 6억4300만 달러 수준이다. 인도에서는 오히려 주식을 4억6100만 달러 순매수했다. JP모간 서영호 전무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이 외국인들의 발길을 돌리기에 충분한지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증시는 '주도주' '주도세력' '자신감'이 결여된 '3무(無)' 속에 상승여력이 고갈되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발 대외변수까지 악화되고 있어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태"라고 말했다. 작년 국내증시를 이끌었던 중국 관련주를 이어받아 증시를 선도할 새로운 주도주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받아내던 기관의 매수세도 갈수록 약화되는 가운데, 투자심리까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지적도
그러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코스피 지수 1800선이 무너지고, 1700도 붕괴직전까지 오자 오히려 "증시가 반등시점에 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애널리스트는 "작년 하반기 이후 상황을 보면 지수가 1800선 이하로 떨어지면 투신사를 중심으로 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한다"며 "오히려 현재 시점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도 "그동안 글로벌 악재(惡材)는 충분히 노출되었기에 이제는 반등시점이 멀지 않았다"며 "글로벌 악재의 근본원인인 미국 금융기관의 현재 손실반영이 크면 클수록, 미래의 이익개선도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 애널리스트도 "미국이 경기침체까지 갈 것으로 보는 견해는 지나치고, 지금은 국내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나눠서 가입하는 시점으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16/20080116012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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