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하관(下棺) - 박목월

鶴山 徐 仁 2007. 6. 23. 17:11
     박목월 : 하관(下棺)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집필 의도 및 감상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충격과 슬픔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다.
이 시는 하나밖에 없는 아우 박영호가 결핵을 앓다 죽은 체험이 바탕이 되어 쓴 작품이다.
그만큼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아우는 죽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고
또 믿고 싶지 않은 심정이 꿈을 통해 아우와 만나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단절감과 괴리감을
토로하고 있다.
사랑하는 혈육의 매장에 직접 참여하여 인생의 허무함을 새삼 느끼면서도 감정을 절제하여
극기하고자 하는 데서 독자에게 더 큰 슬픔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향가<;제 망매가(祭亡妹歌)>처럼 슬픔을 종교적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데서 인생에 대한
달관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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