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낭송詩 모음집

길이 되어 누워보니

鶴山 徐 仁 2006. 8. 25. 08:46
 
길이 되어 누워보니
                시-장남제/낭송-전향미
한두 번 밟혀서 
길이 되었으랴
길이 되고도 이름을 갖기까지
얼마나 더 다져졌으랴
천만 번 밟히고도 
아니 기 죽고, 안으로 
그럴수록 안으로 단단해지고 
밖으로 넓어진 삶이구나
유년의 기억같이 흐릿한, 
좁다란 고갯길이
점점 넓어지고
포장이 되고, 결국은
이름을 갖게 되는 것
기 죽지 아니하고 단단히
밟힐수록 다짐한 까닭일 테지
육신이 밟히는 일은 서러운 게 아니구나
많이 지독히 밟힐수록
지워지지 않는 
길이 되어 누워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