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외국 음악 마당

대니보이/대금 연주

鶴山 徐 仁 2006. 7. 14. 10:47
 
 
 
 
 
 고통의 끝까지 가요. 거기에서 오래 머물러요.
어떤 집중의 힘이 내 응시에 성실함을 부여해요.
바라보는 일만으로 내 존재는 의미로 가득차요. 알 수 없어요. 
 이 대책없는 시절 모르는 순수의 확신.
열두어 살 새벽녘에 바라보았던 키큰 느티나무
그것을 신성함의 영역 속으로
 서서히  너무나 부드럽게 띄워 올리던 장엄한 햇빛
그 무엇인가의 옴...... 
 
 푸드득대며 사물들이 그것을 향해 찌렁찌렁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올라가던 것항복,
그 때 내 작은 영혼이 휘둥그레
동공에서 눈알이 툭 떨어질만큼 놀래서, 와아..

내가 조그만 의자에 달랑 앉아서 달랑 앉아서
얼마나 감미롭게 그 순간을 꿈꾸었던지
나는 언제나 텅 비어 있었어요.
하지만 알 수 없는, 지독히 효율적인 우울함

나는 한 살도 더 먹지 못했어요.
다만 나를 버려두고 내 껍질의, 외형의 우연한 길이만이 늘어났을 뿐.
나는 잔혹한 옴, 신선함의 밀도에 넋이 빠져하지만,
지금은, 응응, 내 안에서 사물들마다 처음으로 보며,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늘 감격해서
눈물 그렁그렁한 저 철부지 영혼을 나지막한 소리로 윽박질러요,
입닥쳐 주책바가지야...

그래도 난 알아요,
내가 가만히 꼼짝 않고 바라보는 이 어두움,
변함없는 정신의 비효율성 속에서
온통 살로 된 이 푸드득댐, 환희,
그것을 내가 감당할 줄 안다는 것을.
문득 어두움의 커튼 속에 아주 가느다란,
빼빼 마른 생선가시 같은 손가락 한 개 떠올라와요. 
그것이 얼마나 단번에 화다닥 어두움을 벗겨내는지
나는 말할 줄 몰라요,
다만, 이 살로 된 떨림을 전할 뿐,
 
고통의 응시의 끝에서 사물들의 껍질 툭툭 벗겨지고
그 때 내 눈앞에서 떠오르는 저 기이한 달빛 유령들의 존재를
지금 너무나 지쳐 있는 내가...
 
응시.내면의 삶,전율/김정란 

 
 
 
 
(이생강 대금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