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백로, 왜가리의 소나무 숲

鶴山 徐 仁 2006. 7. 9. 13:53
▲ 소나무 위에 둥지를 튼 모습.. 소나무 사이사이에 모습이 보입니다..
ⓒ2006 문일식
여행하면서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라던가 잠시 들렸던 곳에서의 감흥이 크다던가, 속초와 양양 주문진의 바다와 계곡을 다니던 와중에 색다른 곳을 찾은 즐거움이 그러합니다.

"어? 저기가 백로, 왜가리번식지래. 저기 한번 가보자."

주문진에서 양양으로 가던 도중 언뜻 보였던 '백로, 왜가리 번식지' 안내표지판을 보았던 것입니다. 차를 유턴하여 표지판을 따라 들어간 곳은 '양양 포매리의 백로, 왜가리 번식지'였습니다. "어라? 번식지도 천연기념물인가? 잘못됐나?" 처음엔 천연기념물이라 하면 동식물 정도만 생각했는데, 동식물을 포함하여 광물과 서식지역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널찍한 저수지가 하나 나옵니다. 시멘트 길 양 옆 모내기를 끝낸 논들의 호위를 받으며 마을 안쪽으로 들어섰습니다. 도로변 표지판 이후 특별한 표지판이 없어 길만 따라 가고 있는데, 멀찍한 소나무 숲에 마치 눈이 내린 듯 군데군데 하얀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곳이 백로, 왜가리 서식지였던 것입니다.

▲ 소나무 위에 어린 왜가리들이 어미를 기다리는 듯 먼발치 내다보고 있습니다.
ⓒ2006 문일식
이곳이 천연기념물 229호로 지정된 해는 1970년이었습니다. 서식지 인근에 있는 매호라는 저수지에 먹거리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한때 개체수가 2000여 마리나 되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찾은 서식지에서는 셀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쉽게 볼 수 없는 백로와 왜가리가 서식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뿐 아니라 사진전에서도 많이 나오는 백로, 왜가리의 사진이 너무나 인상 깊어서 나도 한 번 찍어봤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농로 길을 따라 마을 앞에 이르렀을 때 소나무 숲에서는 기이한 소리들이 넘쳐 났습니다. 녀석들이 우는소리인 듯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지라 너무 기이했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희끗희끗 왜가리들이 둥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 조승유 가옥 뒷편 송림이 바로 백로 왜가리 서식지입니다..
ⓒ2006 문일식
소나무 숲을 둘러싸고 있는 길을 따라 돌아가니 고택이 하나 눈에 띄었습니다. 조승유 가옥으로 문화재자료 80호로 지정되어 있는 옛집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양식인 'ㅁ'형 건축물입니다. 행랑채는 따로 없고 안채와 사랑채로 이루어진 건물인데 대문을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부엌이 문 앞쪽으로 튀어 나와 있고, 오른쪽으로는 연이은 방 3개, 누마루, 창고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사랑채는 방을 3개를 만들고 특이하게 앞으로 툇마루를 내었고, 맨 끝으로는 누마루 형태로 건물을 올렸습니다.

▲ 하늘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2006 문일식
조승유 고택 뒷 편으로 백로, 왜가리 번식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백로와 왜가리들이 울 때마다 시끄럽긴 하겠지만, 고택 뒷 편으로 유유히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과 소나무 위에 둥지를 튼 모습이 신선한 느낌마저 듭니다.

▲ 사진에 찍히려는 듯 머리위로 날아가는 모습...
ⓒ2006 문일식
조승유 가옥 앞에 진을 치고 앉아 새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사진 찍을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300mm렌즈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렌즈는 초점을 잡느라 요동을 치고, 셔터를 누를라치면 카메라 화각 안에서 사라지거나 잘리기 일쑤였습니다(올린 사진은 편집한 것입니다). 그래도 마치 사냥을 하는 듯 날아다니는 새들을 향해 날리는 샷의 느낌은 남달랐습니다.

▲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연인...
ⓒ2006 문일식
우리만이 있을 줄 알았던 백로, 왜가리 번식지에 한 커플이 찾아왔습니다. 마냥 신기해하며 이곳저곳 둘러보고, 새들의 움직임을 향해 시선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조승유 가옥 앞에서 두 사람의 시선과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천연기념물은 그만큼 희소가치가 크고, 또한 작은 환경변화만으로도 자취를 감추거나 어쩌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들입니다. 보호라는 측면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행했던 자연파괴와 그 환경변화로 인해 천연기념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생명체들도 사라져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곳 포매리 백로, 왜가리 번식지 인근에 있는 매호의 수질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새들의 먹이가 다시 풍부해짐으로써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자연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왜가리 한마리가 지친 날개짓을 멈추고 나무위에 앉고 있습니다.
ⓒ2006 문일식
조승유 가옥 뒷 편의 소나무 위로 힘찬 날개 짓을 접고 왜가리 한 마리가 내려앉았습니다. 큰 날개 짓으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은 가히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내려 앉은 왜가리가 포효하듯 울기 시작했고, 송림 속에서 한 차례 새들의 합창소리가 일었습니다. 그 소리는 파란 하늘만큼 맑은 소리였습니다.

처음으로 찾아본 백로, 왜가리 서식지에서 사람과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모습도 보았고,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자연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함을 알려주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문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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