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想像나래 마당

한국을 선택한 美 공군父子

鶴山 徐 仁 2006. 5. 29. 09:33
서전트 주한미군 소장 부친은 한국전 참전용사
50년만에 한국 찾아 감회

▲ 한국전에 참전했던 로버트 서전트(74)씨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방한, 아들인 스테판 서전트(52·공군소장) 주한미군사 부참모장을 만나고 있다. 허영한기자
아버지는 6·25 전쟁에 미 공군병사로 참전하고, 아들은 주한미군사령부 장군으로 복무…. 대(代)를 이어 한국 안보에 인연을 맺고 있는 미군 부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로버트 서전트(74)씨와 그 아들인 스테판 서전트(52·공군소장) 주한미군사 부참모장. 서전트씨는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공군 무전병으로 참전, 2년 반 동안 전선을 누볐다.

백발의 서전트씨가 최근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다른 한국전 참전 미군 70여명과 함께 방한, 아들과 만났다. 서전트씨는 “전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면서 “시카고 같은 미국 대도시 못지않게 고층 빌딩과 대로가 가득한 서울 모습을 보니, 그때 내가 싸웠던 나라와 같은 나라인지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라며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6·25 당시 전장(戰場) 근무 명령을 받았을 때 “코리아라는 나라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일본에 본부를 둔 미37병력수송단에 배속된 그는 전쟁 기간 동안 한국에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부상자를 후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서전트씨는 “당시 서울엔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고, 건물은 모두 단층에 황폐한 산과 흙으로 된 좁은 길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함께 온 동료들도 한결같이 ‘우리가 (참전)했던 일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구나’라며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맺은 아버지의 인연은 아들에게도 이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한국전 참전 사진들을 보고 자랐던 서전트 소장은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내가 군인이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 서전트 소장은 지난 90~91년, 98~99년에 이어 작년 6월부터 세 번째로 한국에 근무하고 있다. 그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부지런함, 그리고 새로운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진취성”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서전트씨는 “내가 큰일을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한국이) 기억해 주고 초청해준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입력 : 2006.05.29 00:2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