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이란, 돌아올수 없는 강 건넜다”

鶴山 徐 仁 2006. 1. 13. 22:30
나탄즈 우라늄 농축 재개… 美·EU 대응은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핵시설 재가동 조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나섰다. 이란과 핵협상을 벌여왔던 유럽연합(EU)의 영국·프랑스·독일 외무장관은 12일 베를린에서 안보리 회부 등의 선택 방안을 긴급 논의한다. 미국 백악관의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11일 “부시 대통령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군사 행동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탄즈 우라늄 농축 공장

이번에 문제가 된 시설은 이란 중부 나탄즈 지역의 우라늄 농축 공장이다. 우라늄 농축은 천연 상태에서 0.7%에 불과한 우라늄 235의 농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이 농축 과정을 통해, U235의 농도를 3.5% 정도까지 올리면 이 완성품은 핵발전에 필요한 연료봉이 된다. 그러나 U235의 농도를 90% 이상 올리면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

이란은 핵시설의 가동이 전력 생산을 위한 ‘평화적인’ 조치이며, “무기 생산과는 관련 없이 핵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나탄즈 공장이 이론적으로는 핵발전 연료봉과 핵무기 원료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안보리 회부는 불가피

이 탓에, 이스라엘에 적대적이고 중동의 세력 균형을 깰 수 있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염려하는 서방국들의 반발이 심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1일 의회에서 “EU 3개국과 미국 등은 안보리 회부로 의견을 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U 3개국은 이날 이란의 핵 활동 재개를 “그동안의 신뢰를 깨는 치명적인 신호” “이란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등의 표현으로 비난했다. EU 3개국은 이달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구키로 했다. 긴급 이사회가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결의하면, 안보리의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은 이란에 대한 무역 봉쇄 등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동안 중도적 입장을 취해 왔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도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며 서방국가들의 긴급 이사회 소집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러·중도 서방에 동조할 듯

미국과 EU가 IAEA 이사회 33개국의 안보리 회부 결의, 이란에 대한 제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모두 러시아와 중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올해 가동을 목표로 이란 남부 부셰르에 경수로를 건설 중이다. 작년 12월에는 이란과 10억 달러 규모의 방위 협상도 맺었다. 중국은 전체 원유의 12%를 이란에서 수입한다. 두 나라는 지금까지 이란에 대한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미국 등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러·중도 서방의 강경 대응 정책에 동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의 경우, 그동안 이란 농축 시설을 러시아로 이전해 연료봉만을 이란에 넘겨주는 방안을 이란·EU측과 협상해 왔기 때문에, 이란의 이번 재가동 조치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중국도 만약 러시아가 서방의 편에 서면, 홀로 이란을 지지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건호기자 ghlee@chosun.com
입력 : 2006.01.12 00:05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