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이름Claude
Monet(1840~1926)
빛이 만드는 파동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화가 모네. 그림을 그리고 돌아가는 저녁이면 사랑하는 가족이 따뜻한 불을 피워 놓고 기다리고
있을 작은 집에 대한 행복감을 만들어 준 아내 카미유. 그의 아내가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
그림 속의 카미유는 온화하고 밝은 푸른
빛 속에 잠겨 있다. 죽음이라는 깊숙한 푸른 빛에 대기가 닿으면서 일으키는 파동에 도취된 모네는 임종의 순간에도 빛에 따라 아내와의 이별의
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 아내를 여전히 가난한 중에서 보내야 하는 슬픔을 밝고 투명한 빛으로 역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도 그녀가 땅에
묻히는 순간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가난했던 시절의 행복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를 이제는 젊은 날의 동반자였던 이라는
과거형에 그녀를 묶어 두어야 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하는 아내와의 긴 이별.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사라지고, 점점이 일렁이던
빛들도 얼어 버리고 만다. 하지만 봄은 언제나 다시 찾아오듯 모네에게서 겨울을 거두고, 봄을 선물한 두 번째 아내. 아내와의 사랑은 이런 것인가
싶다. 영원할 것같이 행복해서 가난과 고통을 이겨내지만 영혼이 떠나고 육체가 떠나면 그 빈자리는 다른 사랑으로 메워지는 것. 영원할 것 같다는
아름답다는 신념만을 갖게 되는 사랑,
이것이 아내와 남편이 나누는 사랑인지도 모른다.
아내가 죽어 가는 순간에도 빛에
도취되어 아내의 얼굴에 스치고 지나갔을 회한을 알아채지 못한 어리석은 사랑. 어쩌면 부부의 사랑은 보고 싶은 부분만, 원하는 부분만 자족하며
바라보는 사랑의 방식이 아닐까? 그래서 죽음이나 오해가 끼어들면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고, 느끼는 방식이 다르므로 쉽게 영원을 약속한 사랑에 등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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