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유럽 아프리카

[스크랩] 뵈아터 호수에 빠지다

鶴山 徐 仁 2005. 10. 21. 08:55

클라겐푸르트는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오스트리아 남쪽의

작은 도시이다.

정확한 주5일 근무에, 연간 5주일의 휴가를 제대로 챙겨쓰는 이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큰 밥돌이^^의 토요일 휴무는 한 달에 한두 번이나 될까...

몇 주를 기다리다 드디어 떠난다~ 클라겐푸르트로~

 

 

오스트리아 고속도로는 속도 제한이 있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속도 무제한 도로란다.

그러다보니 시속 160-170km로 달려대는 승용차들도 부지기수.

물론 고속 차량에 약간의 공포증이 있는 나는, 120-130km 이상의 속도엔 못 견뎌하는데,

햇볕에 쪼여 조는 잠시..얼른 속도 위반(?)을 하는 큰 밥돌이...

(뒤늦게 나타난 진실 하나 ㅡ.ㅡ;; 오스트리아 고속도로에 속도 제한 있다! 시속130km~)

 

3시간 여 후... 클라겐푸르트다. 작년 여름, 미니문두스-세계 유명건축물의 모형 전시-에만

들렀을 뿐, 클라겐푸르트 중심가엔 처음이다.

시청 앞 노이어 광장엔 오스트리아 최전성기 때 여왕인 마리아테레지아의 동상과

이 도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비룡 분수가 있다.

쌀쌀한 기온 때문인지 분수 물줄기는 완전멈춤 상태~

광장 노천 카페는 햇볕을 받으며 맥주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로 적당히 붐빈다.

 

 

 

 

시청 옆에는 1594년에 지어진 케안튼 주의 주청사(란트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엔 무기저장고와 소금, 연초를 관리하던 관공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부엔 665개의 방패 문장이 전시된 방이 있다는데, 이번엔 그냥 통과...

란트하우스 내 레스토랑이 무척 유명한 맛집이라는데, 이것도 그냥 통과~^^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알터 광장 거리....

카페와 상점들이 모여있고, 중앙엔 기념비도 있고,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듯한 모습이라 할까.

 

거리를 뒤로 하고, 이젠 뵈아터제(제-호수)로 간다.

뵈아터제는 클라겐푸르트에 인접해 있는, 가늘고 긴 타원 모양의 초대형 천연 호수이다.

6-7분을 달리자 어마어마한 물밭이 나타나고, 호수를 끼고 여러 개의 마을이 이어진다.

 

 

그 중 꽤 크다 싶은 마을을 골라 숙소를 정하려 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주로 요양을 위한 장기 고객들만 있는 곳이었다.

남편이 어느 호텔로 문의하러 간 사이에 바라본 호수 모습~

도나우나 노이지들러와는 다른 맑은 물빛...잘츠카머구트 느낌이다.

가물거리며 보이는 호수 저편이 많이 멀어보인다.

 

친절한 호텔 직원의 안내대로 찾아간 좀더 큰 옆동네의 중심가엔 관광 안내소가 있다.

관광 안내소의 소개(?..컴)로, 고심 끝에 잡은 별 세 개짜리 펜지온-호텔 아래 등급-...

가을이라 별 쓸 일은 없지만, 아리따운 정원에는 귀여운 풀장까지 갖추고 있다.

 

 

 

 

짐을 들여놓고 호숫가로 산책을 갔다. 그새 바람이 서늘해졌다.

늦지 않은 시각인데도 벌써 어둠이 들기 시작한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카지노만 북적거리며 빛나고 있고,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다.

 

 

역시 중국인...이곳에도 커다란 중국 음식점이 있다.

음식점의 화려한 실내를 많은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

바람은 매서워져 있었다. 우리나라 11월 말의 밤기온처럼 느껴지는데....

 

다음날 새벽, 감기 몸살을 호소하며 기호가 눈을 떴다.

자주 아프지는 않는 아이인데, 어제 호숫가 바람이 많이 차가웠나보다.

 

어제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혼자 와인 잔을 들던 주인아저씨가 밝은 일요일 아침을 맞아준다.

환한 식당에서의 아침 식사...

엄청나게 좋아하는 셈멜-오스트리아 전통빵-을 반 개밖에 먹지 못하는 기호...

 

 

 

눈을 붙이겠다는 기호를 숙소에 잠시 남긴 채, 아침 호숫가를 걸었다.

별장인 듯한 집 앞에 10살쯤 된 소년이 개와 함께 거닐고 있다. 

하늘도, 호수도... 흐린 날이다.

 

 

 

그렇게... 호수의 아침만 맞고 비엔나로 돌아온 오후~

무겁던 기호의 눈빛이 제법 빛나고 있다.

두 뼘쯤 자란 의젓한 얼굴로~*


 
출처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글쓴이 : 사다리가놓인창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