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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비록 사업에서 망했음에도 학생들의 등록금 등을 빼내 호화생활을 누려온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 씨는 강릉영동대 교비까지 횡령해 한보철강 인수에 나서는 등 한보그룹 부도 이후 재기를 꿈꾸며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먼저 정씨는 아들 정보근(42)씨가 대표로 있는 소종중 명의로 인천 서구 왕길동과 당하동에 보유하고 있던 19필지, 4만여평 부지에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이중 17필지가 공원녹지로 묶이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강원도 영월 폐광지역에 170여홀 짜리 대형 골프장 건립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에 제출한 계획안도 기각됐다.
리비아 국왕과 함께 동아시아 가스 유전개발 사업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국왕 사망으로 이 사업계획도 접어야 했다.
경매가 진행중인 은마상가에 대한 경매를 지연시켜 임대수익을 얻는 게 유일한 소득원이었다.
사업재기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정씨였지만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강릉영동대에서는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했다.
이 대학은 1983년 9월 정씨가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줄곧 정씨 아들 3명과 며느리 등이 이사장을 역임해왔고 기획실장, 사무처장, 경리과장 등도 모두 한보그룹 출신 인사들이 맡은 덕택이었다.
학교에 대한 정씨의 인사 전횡은 범죄로 연결됐다.
그는 2003년 3월 영동대가 간호과 학생들의 서울 임상실습 숙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당시 강모(67) 학장에게 “은마상가를 50억원에 임차하라”고 지시했지만 거절당하자 곧바로 강 학장을 경질했다.
강 학장 후임인 윤양소(52) 학장을 통해 72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도 학교 재정난 심화로 한보그룹 출신 직원들이 범행에 반대했지만 정씨는 윤 학장을 포함한 직원들을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서 심하게 꾸짖기도 했다.
이런 방법을 동원해 학교 예산을 빼낸 정씨는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살던 서울 가회동 저택에 며느리 김모(38.여)씨 명의로 2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입주했다.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77-1에 있는 이 집은 대지 615평, 건평 149평의 2층 건물로 시가 40억원 가량이고 전세금만도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영동대 횡령자금에서 4억8천만원을 저택 전세금으로 충당하고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을 회사 임직원으로 등재시켜 임금 명목으로 월 1천만원 이상을 지급해 생활비로 쓰도록 했다.
학교공금을 쌈짓돈 쓰듯이 사용해온 정씨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하는 납세의무는 철저히 무시해 세금체납 국내 1위(2천440억원)라는 부끄러운 기록은 몇 년 째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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