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ha의 고백과 회상
대구로의
망명
금호강변에서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제 2 아양교를
지나는
화랑로 저 먼끝에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 진입로가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들과 둘러 앉아
따스한 밥을 먹어 본 지가 언제인지,
편안히 소파에 머리를 기대어
앉아
쥴리엣 비노쉬의 영화를 본 지가 언제인지,
낯선 여관방에서
밤새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밝은 회색 하늘빛 드러날 때에
그리운 사람 만나러 오듯
서둘러 망우공원 낮은 등성이로
달려 와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잔
하얀 벽과 붉은 스페니쉬 기와로 장식된
파크 호텔
후정이 바라다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중국관에서 즐기던
칠리소스 새우요리의 추억을
생각했다.
어느새 숲새로 빠져나온 청결한 햇살들이
혼자 서성이던 자 곁으로 다가와
밤잠 설친 눈을
삭혀준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수몰지구를
고향으로 둔 移鄕人처럼
가고 싶어도 선뜻 내가
살아가던 곳,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
그곳으로 마음 편하게 갈 수 없다는 것이
아프다.
아침 안개가 다 걷혀 갈 무렵
금호강변으로 내려가는 좁은 산책길에
밤새 떨어져 쌓인
낙엽들이 슬퍼 보이고,
아침 가을 바람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낙엽들은
강을 향하고 있다.
밤새도록 강변을
지킨 낚시꾼들의 어깨쭉지곁위로,
머리위로 날린다.
눈처럼, 비처럼...
그리고
아직
떨어지지 않고 겨우 매달려 있는
위기의 나무잎만이
나와 함께 금호강을 바라본다.
같은
운명으로....
...1998년 11월 shadha의 < 고백과 회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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