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는 엔화... 39년만의 최저... '사나에노믹스' 재정 확대 우려에 중동정세 겹쳐
입력 2026.07.22. 09:12업데이트 2026.07.22. 09:48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연합뉴스
2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1986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63엔대에 진입했다. 중동 정세가 급속히 긴박해지면서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 큰 이유다.
하지만 최근 다카이치 정권의 기본 경제재정운영 방침인 ‘호네부토(骨太, 굵은 뼈) 방침’이 공개되면서 재정 확대 우려, 일본 은행 독립성 우려가 제기된 ‘호네부토 쇼크’로 일본 국채 매도가 지속되어온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21일 ‘호네부토 방침’에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배려하는 문구를 추가해 각의 결정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원화·엔화 동조 현상도 깨졌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엔저, 원저가 동시 진행돼왔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ADR 환전 물량의 지속적인 유입이 기대되면서 원화는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엔원 환율은 907원대,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다.
일본은 달러당 160엔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리소나홀딩스의 이구치 게이이치 선임 전략가는 “엔화 강세를 전망했던 기업들도 이제 포기하고 엔화 약세 전망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며 160엔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엔화를 매도할 요인은 많지만, 매수할만한 요인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다카이치 정권 출범 당시 엔화는 달러당 147엔 안팎이었지만, 현재 달러당 162엔대까지 하락한 상태로, 39년 반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중동 정세뿐 아니라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근거다.
일본의 재무상 가타야마 사츠키. /연합뉴스
다카이치 정권은 최근 마련한 후네부토 방침에서 기존의 ‘재정 건전화’라는 표현을 없애고, 정부 투자를 확대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웠다. 또 기존 정부가 목표로 삼아왔던 ‘기초재정수지(PB) 흑자’(세입 대비 세출이 적은 것)’를 목표로 삼지 않고, 필요한 투자가 있다면 일시적으로 악화하는 것을 용인하기로 했다.
또한 “강한 경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금융정책 운용이 이루어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긴밀히 연계하고 충분한 의사소통을 도모한다”는 등의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관여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자 채권 시장에선 일본 국채의 매도 행렬이 일어났다. 이달 초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해 2.9%까지 올라 30년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다카이치 정부는 최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표현을 수정했다. 21일 각의 결정된 최종안에는 주석으로 “금융정책의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에 맡긴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구는 시장에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EPA연합
이에 따라 엔저가 ‘사나에 노믹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된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엔화 약세로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엔화 약세가 일본의 수출에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비용 상승 폭이 너무 커 기업들이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에 “수출형 기업들도 일본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나친 엔화 약세는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엔저 때문에 경영난에 빠지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엔화 약세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기업 도산은 2026년 상반기(1~6월) 4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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