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한·미·일의 '별'들은 왜 대만에 집결했나
한국과 경제격차 벌린 대만
안보에는 처절한 몸부림
'국방력 5위' 도취된 한국은
월남·아프간 될까 두렵다
입력 2026.05.07. 23:39업데이트 2026.05.08. 10:37
지난해 실시된 대만의 연례 군사훈련 '한광연습'의 일환으로 무장 군인이 군용 차량에 타고 도심을 통과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RTI
대만 중부 난터우현에서 지난달 11~13일 시민단체 복화회(福和會)가 주최한 민방위 연합훈련이 열렸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230여 명이 전쟁 발발 시 민간인 대피와 부상자 응급 조치 등을 익혔다. 그런데 훈련보다 눈길을 끈 건 외국인 참관단이었다.
그 면면을 보자. 먼저 찰스 플린 예비역 미 육군 대장. 2024년 11월 육군 태평양사령관으로 전역할 때까지 여러 차례 북한·중국의 위협을 경고하며 동맹 연합 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참관단엔 임호영 한국 육군 예비역 대장도 있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그 역시 북한 위협에 맞서 한미 연합 전투 태세 유지를 강조해 왔다. 이와사키 시게루 전 자위대 통합막료장(합참의장 격)은 2014년 사상 첫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 참석했다. 레오데빅 기니드 전 필리핀 육군 소장은 중국과의 분쟁 격화 시기에 육군 부사령관을 역임했다. 이 ‘별’들의 집결은 ‘대만은 고립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이 훈련 2주 전엔 존 커티스(공화당), 진 섀힌(민주당) 의원 등 미 상원 의원들이 대만 국방 싱크탱크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을 찾아 구멍이 뚫린 5㎝ 두께의 강판 등을 봤다. 대만이 미국 방산업체와 공동 개발한 드론 ‘징펑(勁蜂·힘센 말벌) 4’에서 발사된 탄두가 만든 구멍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런 장면들은 반도체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지표에서 한국을 앞지른 대만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양안(兩岸)과 한반도는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념에 따라 분단된 점, 상대방의 핵 위협에 직면했다는 점도 그렇다. 대만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아이언돔’을 본뜬 미사일 방어 체제 ‘T돔’ 구상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야당 협조로 입법원(국회)이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절차를 간소화했다.
대만의 절박함은 한국의 느슨함과 대비된다. 북한 핵시설 위치를 공개했다가 미국의 정보 공유 차단 조치 책임자로 지목된 통일부 장관은 비판하는 야권에 “숭미(崇美)가 지나치다”며 북한 매체에 나올 법한 단어를 썼다. 장관 해임 건의 절차 진행 때 여당 의원들은 의사당을 나가며 조롱하듯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은 지난달 대량 살상용 집속탄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위협이 더 고조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한국이 5위로 랭크된 미국 민간단체 군사력 지수를 언급하며 “왜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을 갖느냐”고 일갈했다. 양안과 한반도는 다르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압도적 국력을 앞세운 중국이 대만 주권을 부정하며 무력 통일을 정당화하는 반면, 북한은 한국을 공존할 수 없는 적대 국가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강하니 괜찮다’는 인식의 위험성을 북한 김정은이 일깨워줬다. 최근 그는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위령 시설 준공 연설에서 자폭 병사들을 “명예를 지키고자 자결의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한 영웅”으로 칭송했다. 최고 존엄에게 세뇌된 병사들이 2차 대전 가미카제 대원들처럼 우리를 향해 돌진할 수 있음을 암시한 장면이다.
월남전 때 남베트남도, 아프가니스탄전 때 친서방 정부도 객관적 군사력에서 상대방에 우위로 평가받았다. 패망 전까지는 말이다. 대만의 절박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군사력 지수에서 북한(31위)은 대만(22위)뿐 아니라 러시아 침공으로 쑥대밭이 된 우크라이나(20위)보다도 아래다. ‘게임 체인저’인 핵 전력을 반영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와 군비지출 등을 기준으로 삼은 통계는 현대전 전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자만 대신 절박함, 방심 대신 준비가 내일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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