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이 대통령 관련 대북송금 사건의 뿌리
文측, 방북단서 李 배제
그 일만 아니었으면
대북송금 사건 없었을 것
억울할 수도 있지만
무리수로 해결 안 돼
겨울에 안 녹던 눈
봄 되면 저절로 녹는다
입력 2026.05.06. 23:55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 중에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불법 대북송금 사건일 것으로 생각한다. 대장동 사건은 천문학적인 수익금이 몇몇 민간업자들에게 흘러 들어가게 만든 문제가 크지만 이 대통령에게 이 돈이 직접 갔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 그래서 과거 검찰도 주요 혐의를 ‘배임’ 정도로밖에 하지 못했다. 배임도 작은 일은 아니지만 논란이 있다.
그런데 대북 송금은 현행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배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혐의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방북을 원했는데 북한이 돈을 요구했고 이 돈을 쌍방울그룹이 대신 내줬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중개한 사람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로, 그는 징역 7년 8개월 중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일반의 상식은 이 중대한 일을 이화영씨가 이재명 지사 몰래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를 알 것이어서 이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일 것으로 짐작한다.
이 대통령을 이 난관에 빠트린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본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방북단에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시켰다. 그런데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외시켰다. 경기도는 북한과 접경한 지역이기도 했다. 누가 뺐는지, 왜 그랬는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당시 친문 그룹 안에서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사실이다.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것으로 민주당 문재인의 당선이 기정사실처럼 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도전한 사람이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같은 당 내에서 대선 후보 캠프 간 적대감은 다른 당에 대한 적대감보다 큰 경우가 많다. 한국 정치의 공식이다. 특히 문재인 캠프와 이재명 캠프는 문 대통령을 원색 비난한 인터넷 글을 누가 썼는지를 두고 심각하게 대립했다.
친문 그룹은 선거 후에도 속으로는 이재명 지사를 싫어했고 무시했다. 대선 후 정부 인사에서 이재명 캠프 출신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됐다. 문 대통령 방북단에 이 지사는 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일은 이재명 지사에게 분노와 한이 됐을 것이다. 이때의 앙금은 임종석 전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재명 대표로부터 국회의원 공천을 못 받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방북단에서 소외된 이 지사는 독자적인 방북을 추진했고 이것이 대북 송금 사건으로 이어진 것으로 짐작한다.
이 대통령이 제3자 뇌물 등 법을 위반했는지는 아직 재판도 열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알 수 없다. 다만 이 대통령이 심정적으로는 억울하게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측이 자신을 찍어 방북단에서 소외시키지만 않았다면 애초에 없었을 일이었다. 설사 대북 송금을 이 대통령이 알았다고 해도 방북이 개인적으로 돈을 탐한 것이 아니었고 과거 진보 쪽 정치인이나 단체들이 북한에 돈을 주고 방북한 것은 흔히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고 법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당장 국민 여론의 반발이 커서 공소 취소를 위한 특검법 처리를 지방선거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지방선거 후에도 무리하게 이 특검법을 추진하면 여권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다음 국회의원 총선(2028년 4월) 공천은 이 대통령이 아니라 다음 민주당 대표가 하는데 친이재명계가 아닌 대표가 나오면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도 복잡해진다.
이 대통령이 범여권을 어떻게 무마해서 특검법을 통과시켜도 이 특검이 실제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까지 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시 심각한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그때쯤 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태가 다음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문제까지 넘어서서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일 수 없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 문제가 재론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공소 취소 자체가 무효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벼랑에 매달려 잡을 것도 마땅치 않을 때 한번쯤 손을 놓는 것도 괜찮다’는 말은 백범 김구 선생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공소 취소 추진 중단을 선언하고 주가 상승, 부동산 안정 등 국정에만 매진하면서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에 무슨 수를 써도 녹지 않던 눈은 봄이 되면 저절로 녹는다. 계절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것은 무의미하고 소용이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이 대북 송금 사건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빌미로 우리 정부를 협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빨리 이 문제가 매듭지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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