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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자원 빈국 한국, 이란戰에서 배워라

鶴山 徐 仁 2026. 4. 20. 10:49

국제 국제 일반

[특파원 리포트] 자원 빈국 한국, 이란戰에서 배워라

뉴욕=윤주헌 특파원

입력 2026.04.19. 23:37


미국의 공격으로 해군이 궤멸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에 남아 있는 고속정. 이란은 이런 '모기 함대'로 기뢰를 부설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화물선 등 상선을 공격한다. /타이라트 온라인

콜라를 즐기지는 않지만 뉴욕에서 355mL 한 캔에 2달러(약 3000원)인 곳이 있으면 주저 없이 마시는 편이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감지덕지다. 고물가를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뉴욕에서 그나마 지갑 걱정을 덜어준 것은 유가였다. 갤런(약 3.8L)당 3달러 안팎으로 유지됐는데, 매달 들어가는 주유비만 보면 한국보다 부담이 적었다.

일상에서 누리던 작은 만족감은 이란전이 빼앗아갔다.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 전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4달러를 넘었고 캘리포니아는 6달러를 웃돌았다. 학교 봄방학 시즌에 계획한 여행을 포기한 가정이 주변에 적지 않다.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유가 상승은 물가와 소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맨해튼 코리아타운 식당에 야채를 공급하는 도매상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상추 같은 ‘물야채’를 사 온다. 화물차 한 대당 운송료가 7200달러였는데, 최근엔 9800달러로 뛰었다. 늘어난 운송 비용은 이미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 가뜩이나 얇은 서민 지갑에 유가 상승으로 구멍이 생기자 화살은 정부를 향했다.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때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기 직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이 이란과 합의를 서두른 이유는 이런 학습 효과가 바탕이 됐다.

미국이 도망치듯 중동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여 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이란전 초반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을 쏟아부으며 공습을 펼친 것과 유사하다. 기세등등하던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자 꽁무니를 뺐다. 희토류가 없으면 첨단 무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70%에 가깝다. 미국의 안보 역량이 중국 희토류에 영향받는 상황이 되자 미국은 관세를 낮췄다. 미국이 관세 전쟁과 이란전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이렇듯 세계는 자원이 무기가 된 세상에서 산다. 석유와 희토류는 그동안 누구도 막지 못한 트럼프에게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라는 오명을 안겼다. 자고 일어나면 중동발 뉴스가 뉴욕 증시를 흔들고, 코스피에 사이드카 조치가 빈번하게 발동된다. 막강한 군사력은 적진을 초토화할지언정 문명 자체를 없애진 못한다.

힘을 기반으로 한 외교의 시대는 자원이 변수로 작용하는 고차 방정식으로 진화했다. 자원 빈국 한국은 ‘자원 패권 시대’를 간접 체험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남의 집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우리 손에 지금 무엇이 들렸는지, 우리가 가진 전략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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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 기자New York Correspondent

2008년 조선일보 입사. 2023년 8월부터 뉴욕 특파원. 2021~2023년 사회부 법조팀장. 2020~2021년 경영기획실 기자. 2014~2017년 경제부 기자. 2022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우수 법조언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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