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볼레오 광산, 1달러 매각... 산업부, 뒤늦은 책임 전가
이황희 기자
입력 2026.04.19. 05:25업데이트 2026.04.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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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멕시코 볼레오광산 사업장 일대. photo 광해광업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약 2조원 넘게 투자했던 멕시코 볼레오광산을 1달러에 매각한 것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광산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부실을 키운 산업부의 책임론과 함께, 광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거금을 들여 설치했던 플랜트 시설을 포함해 1달러로 매각한 결정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광물·자원 업계에서는 “광산 자체의 하자는 어쩔 수 없더라도 플랜트 시설까지 헐값에 판 것은 더 큰 실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광업공단 현직 고위관계자는 주간조선에 “공단 내 관련 사업팀과 회계팀의 협의를 거쳐 1달러라는 가격이 결정됐다”며 “1달러라는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받지 않더라도 빨리 광산을 처리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왜 1달러라는 가격밖에 받지 못했나’라고 묻자 “광산을 사려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고 답했고, ‘구매한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멕시코 소재의 재벌 기업이다. 자세한 것은 4월 말에 공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공단 측은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도 ‘계약상의 이유로 4월에 공시하겠다’라고 답변을 보낸 바 있다.
광업공단이 광산을 헐값에 매각한 것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단 측 관계자는 “공단 내 다른 사업 진행과 마찬가지로 볼레오광산 매각 역시 산업부의 승인을 거쳐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부 광물자원팀 측은 주간조선에 “계약 사항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할 수가 없다”며 “자세한 내용은 공단 측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공단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볼레오광산 1달러 매각’ 보도 이후 연이어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산업부 측은 관련 해명자료를 지난 4월 14일 발표했다. 자료에서 산업부는 “2022년 6월 매각결정 당시 볼레오 사업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사업 지속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손실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이 재무·회계적 관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 해외자산관리위원회에서 매각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액 대비 매각액과 관련해 “2022년 이후 3차례 유찰되고 인수 희망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이었다”며 매매가는 1달러로 하되 매수자가 잔여 부채를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매각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추가 설명으로는 ‘매각 당시 볼레오 사업의 가치는 음(-)으로 평가되어 실질 매각 가치가 없었고, 거래를 위해 최소 명목가액인 1달러로 매매가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위와 같은 정부의 설명을 정리하면, 볼레오광산은 2022년에 매각이 결정됐고 약 3년 동안 매수 희망 기업이 없이 방치되다가 지난해 말 1달러에 팔린 것이다. 목적은 부채 탕감이었다.
전문가들은 공단과 산업부 측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하며 ‘광산의 경제성이 없는 것을 알았다면 빠르게 매각을 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광물 관련 기업 현직 임원은 “1달러에 팔 결말이었다면 2022년부터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3년 동안 무엇을 했나”라며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지질자원연구원 소속 현직 연구원은 “광물공사 시절부터 광업공단 사장들은 어차피 잠깐 자리에 앉아있다가 가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했고, 또 자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비전문가가 많았다”며 “본인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매각에 대한 결정을 피하기만 했다. 폭탄 돌리기만 하다가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플랜트도 같이 매각, 산업부 측 설명 없어
일각에서는 광산 내에 위치한 플랜트 시설을 포함해서 1달러에 넘긴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플랜트는 광산 주변에 설치하는 제련·정제 시설로, 사실상 광산을 소유하는 기업의 생산성, 수익, 사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볼레오광산에 설치된 플랜트는 고순도의 구리를 제련할 수 있는 시설로 평가받은 바 있다. 공단은 광물공사 시절이었던 2012년 말부터 볼레오광산 플랜트 건설을 시작했고 2014년 12월에 설치를 완료했다. 플랜트가 완공된 후 2015년 1월 17일에 4t, 1월 19일에 20t을 연이어 생산했다. 공단 측은 이때 생산된 구리를 ‘퍼스트 코퍼(First Copper)’라 명명했고, 자사 창립 50주년 기념 책자에도 기록할 정도로 생산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볼레오광산의 수율과는 별개로 플랜트 시설은 가치가 높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단 창립 50주년 책자인 ‘자원확보를 위한 도전 50년’ 중 볼레오광산과 관련된 부분에는 플랜트 시설에 대한 장점과 성과에 대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자료에는 ‘2015년 첫 생산 이후 플랜트 효율 개선을 거쳐 2016년 생산량 약 95% 증가, 회수율은 약 14% 증가했다’고 나와 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볼레오 사업은 국내 최초로 운영권을 확보한 광산·플랜트 융합 자원 개발 사업으로 습식제련을 통한 생산기술 및 운영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 측은 앞서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플랜트 시설을 포함해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자료에는 “해외자산관리위원회는 연약한 지질구조, 멕시코 현지 정치·사회 이슈, 유사 광산 대비 높은 원가 등을 고려할 때 이익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높은 원가에 대한 추가 설명에 ‘99.99%의 전기동을 생산하였으나, 지속적인 실적 부진 및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잦은 고장 등 문제가 있었다’라고 기입한 것이 플랜트와 연관된 설명의 전부였다. ‘왜 플랜트 시설을 포함한 가격으로 1달러에 팔았나’라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나 해명은 없었다.
자원 분야 전문가 A씨는 “볼레오 개발 당시 광물공사 사장이었던 고정식 전 사장 때부터 현재까지도 공단에는 투자 가치와 경영을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아는 제대로 된 사장이 한 번도 앉은 적이 없다”며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서는 공단 측의 과실은 물론 산업부와 정부 측의 결정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감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업공단은 4월 16일 현재까지 볼레오 매각 관련 자료를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공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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