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의 시를 위한 편식4 _ 신달자의 「촛불의 통곡」
포엠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5. 12. 8. 05:29
촛불의 통곡
신달자
하루 두 번 나는 내 심장 위에 촛불을 빌려 온다
사랑인가 명상인가 경탄인가 눈물인가 통곡인가
어둠이 막 떠나려는 시간 동쪽은 신의 명령인가
하늘 촛불을 켜고 해가 떠 오른다
그 가슴 뛰는 심장의 격렬함으로 하루의 끝으로 걸어가면
아 저기 서쪽이 불꽃으로 타오르며 이별의 촛불을 켠다
내 심장은 다시 통렬히 뛰며 춤을 춘다
붉새라고 하던가 노을이라고 하던가
누가 뺨을 쳤는가
누가 혈서라도 갈겼는가
아니 아니 사랑하는 이가 숨넘어가는 그 순간의 하늘빛인가
동쪽은 서쪽은 다 통곡이다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민음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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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를 위한 편식은 신달자 시인의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중 「촛불의 통곡」이다. 촛불은 어떤 통곡을 하고 있는지 시인의 언어를 따라가보자. 시인은 하루 두 번 심장 위에 촛불을 빌려 온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시인도 알지 못한다. 사랑인지 명상인지 경탄인지 눈물인지 통곡인지…….
그렇게 촛불의 의미를 무한대로 확장하면서 시인은 동쪽을 주시하고 촛불 켜는 세상을 본다. 그리하여 격렬한 심장을 지니고 천지의 끝인 하루의 끝으로 걸어가면 서쪽에서는 이별의 촛불이 켜진다. 이 이별 역시 의미가 확장된다. 오늘과의 이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이 세상과의 이별 등, 이때 시인의 심장은 통렬하게 뛰며 춤을 춘다. 뺨을 쳤는지 혈서를 갈겼는지 하늘은 붉새, 아름다운 노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동쪽이나 서쪽은 모두 다 통곡이라고 하는 외연의 확장은 기실 시작과 끝이 같다는 것, 삶과 죽음이 같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필자는 신달자 시인을 모시고 지난 11월 22일 이천 설봉공원 내에 있는 경기도자미술관 대강당에서 문학토크를 진행하며 선생님과 문학과 인생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폭넓은 현심(賢心)이 훤히 드러나는 시인의 큰 폭을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런 지혜를 가진 시인은 그간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지혜를 쏟아내었다. 관중들은 웃다가 포복졸도할 뻔하다가 숙연해지기도 하였다. 특히 아픔은 아픔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서 그 속에 좋은 점도 반드시 있으니 그것을 찾아서 긍정적으로 살 것을 권유하였다. 또한 강연후 도서추첨과 이어진 팬사인회로 선생님의 책상은 북적였다.
신달자 시인은 이번달 12월 4일에 그의 고향인 경남 거창군 남하면 대야길 89-19에서 여성시인으로는 최초로 <신달자 문학관>을 개관하였다. 황강이 흐르고 지리산 자락이 자리한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김신영
1994년 계간 《동서문학》 신인상에 당선하였으며, 시인, 평론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중앙대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홍익대 대전대 호서대 등 외래교수를 역임하였다.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문학과지성사, 1996), 『불혹의 묵시록』(천년의 시작, 2007), 『맨발의 99만보』(시산맥, 2017), 『마술상점』(여우난골, 2021)과 평론집 『현대시 그 오래된 미래』(한국학술정보, 2007), 시 창작 이론서 『아직도 시를 배우지 못하였느냐』(행복에너지, 2020) 등을 발간했다. 2020년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 사업, 경기문화재단 2019 우수작가에 선정되었으며, 2023년 심산재단 시문학상과 기독여성신문 주관 2024년 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다. 25년도에 중소기업출판사 도약부분에 선정되었다. 현재, 이천문화재단과 이천시립도서관 등에서 시창작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출처: 김신영 시인의 시를 위한 편식4 _ 신달자의 「촛불의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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