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韓 달아나는 속도보다 中 쫓아오는 속도가 빠르다
조선일보
입력 2026.02.10. 00:10
창신메모리 LPDDR5X/창신메모리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의 대규모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한·중 간 기술 격차는 1년 만에 4년에서 3년으로 더 좁혀졌다. 한국산 칩만 고집하던 HP·델 등 글로벌 기업들도 메모리 공급난을 이유로 중국산 D램 채택을 시작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일각에선 보조금 의존 정책이라며 저평가했지만 AI 서버,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물량이 부족해지자 글로벌 제조사들이 중국산 칩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 초격차의 벽이 생각보다 빠르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아성은 상당히 견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중국의 급속한 추격이다. 중국에서 고성능 메모리가 쏟아지게 되면 한국 반도체도 한순간에 시장을 잃을 수 있다.
국내 현실은 답답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70조 여 원의 보조금을 뿌리고, 일본이 대만 TSMC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을 현금으로 꽂아주며 총력전을 펼치는 동안, 우리 국회는 직접 지원금 조항을 삭제한 반쪽 짜리 반도체 특별법을 뒤늦게 통과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주 52시간제는 손도 대지 않았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중국 연구소들과 계속 경쟁이 되겠나.
반도체 생산의 혈맥인 전력 송배전망과 용수 공급 인프라 건설은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국회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미 진행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자기 지역구로 옮기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반도체는 단순 상품이 아니라 국가 생존권이 걸린 전략 자산이다. 중국은 반도체 신제품 수율이 바닥을 쳐도 공산당이 손실을 메워주며 기업을 밀어붙인다. 삼성전자가 이달 말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안도만 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가 달아나는 속도보다 중국이 따라붙는 속도가 더 빠르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반도체 지원 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재앙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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