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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좇다 경제 망치는 법들[뉴스와 시각]

鶴山 徐 仁 2026. 2. 2. 17:35

오피니언뉴스와 시각

허울 좇다 경제 망치는 법들[뉴스와 시각]

장석범 기자

입력 2026-01-30 11:57


장석범 산업부 부장

지난 27일, 저녁 약속 후 대리운전을 호출해 귀가했다. 최근 정부가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한다며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목표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 등 대리업계의 현안을 자연스럽게 대리기사님께 여쭤 보게 됐다. 그는 소득 감소나 자유로운 근로 시간 선택 제한 등에 대한 우려는 물론, 너무 성급하게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현실을 무시한 졸속 추진이라는 것이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하룻밤에 A사 콜센터의 호출과 B사의 콜을 모두 선택해 수입을 얻은 대리기사는 A사의 근로자인가, B사의 근로자인가. A사의 콜을 오후 9시에, B사의 콜을 오후 10시 30분에 잡았다면, 이 기사의 출근 시간은 오후 9시인가, 오후 10시 30분인가. 건강보험 문제도 그렇다. ‘N잡’ 대리기사가 본 직장에서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A사(또는 B사)는 건강보험 가입 의무가 사라지나….

실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리기사,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해당 법안의 직접 수혜(?) 대상으로 꼽히는 플랫폼 종사자들은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제정이 추진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되레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분에 동의한다고 해도, 결과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란 얘기다.

허울 좋은 명분과 취지를 내세워 속속 만들어진 법들이 기업 생태계를 고사할 위기로 내몰고 있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당장 여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주주 환원 강화, 지배주주의 사적 이용 방지 등을 내세워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경제계는 경영권 방어 여력이 줄고, 경영 전략 수단으로 자사주 활용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경영상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어떤가. 3월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하청 업체 근로자도 원청을 대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했다.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일자리가 줄고, 피해는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달 20일 시행된 인공지능(AI) 기본법도 그렇다. AI 산업 발전과 육성 목적으로 시행된 이 법은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 고영향 AI로 규정하고 각종 조사 및 신고 등의 의무를 부여한다. ‘세계 최초 AI 기본법 도입 국가’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이 같은 규제가 없는 다른 나라 경쟁 업체에 시장을 내줄 위기에 몰린 AI 관련 스타트업들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최근 추진 중인 입법과 정책들이 지금까지도 ‘기울어진 운동장’(Tilted Playing Field)에서 어렵게 활동했던 기업들을 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따져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재인상 위협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 등 경제 여건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와 입법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모래주머니를 채워서는 안 될 일이다.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 경제 바로잡겠다고 나섰다가 경제를 때려잡아서는 안 되지 않겠나.

장석범 산업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