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의회에 "총장을 소환하라" 美 아이비리그 대학에 무슨 일?
미 동부 명문 브라운대 높은 학비 두고 논란
입력 2025.06.08. 06:17업데이트 2025.06.08. 08:54

미국 동부 명문 브라운대 2학년생 알렉스 쉬에가 4일 미 의회 청문회에 나가 증언하는 모습. /브라운데일리헤럴드
“의회에서 대학 총장에게 왜 학비가 연간 9만 달러(약 1억2000만원)가 넘는지 질문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 학생이 “크리스티나 팩스 총장에게 소환장을 발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문회장에 있던 스콧 피츠제럴드 의원(공화당)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대학에 대한 공정성이나 접근성보다는 이익과 명성을 우선시했다”며 이 학생의 주장을 옹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 등을 상대로 반(反)이스라엘주의에 대한 강한 대처를 요구하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연방 지원금을 동결하거나 정부 계약을 취소하는 방법을 사용해가며 대학의 돈줄을 죄고 있는 터라, 하버드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은 트럼프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숨죽이고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총장 소환까지 주장하면서 학교의 재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자 순식간에 브라운대가 의회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학생은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알렉스 쉬에(20)다. 그는 지난 3월 중순 3800여 명의 대학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서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어떤 업무를 수행했습니까’ ‘만약 당신의 직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브라운대 학생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같은 질문을 던졌다. 쉬에는 응답 내용이 곧 발행 예정인 보수 성향 교내 신문인 ‘더 브라운 스펙테이터’에 실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은 당장 학내에서 논란이 됐다. 교직원들은 질문 내용 자체가 기분 나쁘다고 했고, 제대로 된 학생 신문에서 보낸 이메일이 맞느냐는 의심도 나왔다. 게다가 쉬에의 질문은 당시 공공기관 인력 감축과 군기 잡기에 나선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공무원에게 보낸 이메일과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이후 상황은 브라운대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메일이 보내지고 이틀 뒤 브라운대는 쉬에에게 “사생활 침해, 허위 표현 등 학생 행동 강령 위반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통보했다. 이후 쉬에와 함께 이 작업에 참여한 학생 신문 소속 두 명까지 조사 대상에 올랐고, 이 사건은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 뉴욕포스트와 폭스 뉴스 등 보수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연달아 보도했고,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은 미국 대학 캠퍼스 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최근의 논쟁”이라고 했다.
쉬에는 자신이 이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높은 학비 때문이라고 했다. 브라운대는 대학은 등록금, 기숙사비 등 모두 9만3000달러의 학비가 들어간다. 높은 학비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대학을 공격하는 빌미를 주는 요인 중 하나다. 학교 측은 “2014년부터 2024년 사이 학부생 등록이 18% 증가했고 대학원생 등록은 59% 증가했다”면서 행정 직원 수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의회가 브라운대 총장을 청문회로 부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브라운대에 대한 5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연방 지원금을 동결했다. 패슨 총장은 이후 자신의 급여 10%를 스스로 삭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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