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일미군 항공 전력 대폭 강화… 전력 축소 주한미군과 대조
주간동아 업데이트 2025-05-05 09:302025년 5월 5일 09시 30분
트럼프 2기 해외 주둔 미군 감축 기조에도 반중 군사동맹 핵심 역할
미국 해군 F/A-18E블록 Ⅲ 전투기 보잉 제공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미군을 빼거나 감축하고 있지만 주일미군은 예외다. 오히려 미국은 주일미군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해 최첨단 전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은 4월 19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35㎞ 거리인 아츠기 해군항공기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지 개방 행사를 가졌다. 아츠기 기지는 미·일 연합 군사시설로, 미 해군 제7함대 전진 배치 항공모함(항모)에 배속된 제5항모항공단(CVW-5)과 일본 해상자위대 제4항공군이 함께 주둔하는 곳이다. 이날 행사에선 CVW-5가 운용하는 여러 항공기가 지상 전시됐는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하나 발견됐다. 미국이 별다른 발표 없이 CVW-5 예하 부대 중 1개 비행대의 전투기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한 것이다.
공수(攻守) 뛰어난 F/A-18E 블록 Ⅲ
CVW-5는 F/A-18E 슈퍼호넷 전투기를 운용하는 3개 전투공격비행대(VFA)와 F-35C 라이트닝 Ⅱ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1개 전투공격비행대,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 조기경보기를 운용하는 함상조기경보비행대(VAW),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를 쓰는 전자전공격비행대(VAQ), 그리고 헬기 비행대 2개로 구성된다. 미국은 지난해 제7함대 전진 배치 항모를 로널드 레이건에서 조지 워싱턴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F/A-18E 전투기를 운용하던 제115전투공격비행대를 본토로 복귀시켰다. 그 대신 F-35C 전투기로 무장한 제147전투공격비행대를 일본에 보냈다. 최근 8년간 공식 발표된 CVW-5의 기종 교체는 해당 건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날 기지 공개 행사에서 두 종류의 새로운 항공기가 일본에 배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바로 F/A-18E 블록 Ⅲ 전투기와 E-2D 조기경보기 개량형이다.
최신형 F/A-18E 블록 Ⅲ 전투기는 제27전투공격비행대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F/A-18E는 2005년부터 생산된 블록 Ⅱ 모델이었다. F/A-18E 블록 Ⅱ는 슈퍼호넷 시리즈 중 처음으로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AESA)인 APG-79를 탑재하고 전자전 장비도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개량된 기종이다. 다만 등장한 지 20년이 됐다는 점에서 최신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블록 Ⅲ는 2021년 양산이 시작된 슈퍼호넷 시리즈의 최신 개량형으로 블록 Ⅱ보다 모든 면에서 성능이 강화된 모델이다.
블록 Ⅲ는 센서와 안테나가 매립 형태로 바뀌고, 미세한 형상 재설계를 통해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이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슈퍼호넷 시리즈는 1980년대 배치된 레거시 호넷보다 덩치는 훨씬 커졌지만 RCS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블록 Ⅲ는 기존 블록 Ⅱ의 5분의 1 정도로 RCS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의 비공식 추정치는 약 0.1㎡인데 이는 한국 공군 F-15K의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구형 레이더로는 원거리 탐지가 어려운 수치다. 미 해군과 제작사 보잉 관계자들은 초기 실험에서 “정말 훌륭한 RCS 성능을 구현한 덕에 이전 모델에 비해 탐지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해군 E-2D조기경보기 개량형. 노스롭그루먼 제공
AI 탑재 최신예기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도 완전히 교체됐다. 그간 전투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AESA에는 구형 소자인 갈륨비소(GaAs)가 쓰였다. F/A-18E 블록 Ⅲ에는 차세대 소자인 질화갈륨(GaN)을 사용한 최신형 APG-79(V)4 레이더가 탑재됐다. GaN은 GaAs에 비해 전력밀도가 7배 이상 높다. 높은 출력과 넓은 대역폭을 지원하는 만큼 레이더의 탐지거리와 정밀도가 크게 향상됐다. 블록 Ⅲ는 고성능 레이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임무 컴퓨터와 네트워크 시스템도 완전히 새로운 장비로 교체됐다. 신형 임무 컴퓨터는 연산 능력이 기존보다 17배 증가했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도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전투기의 컴퓨터가 조종사의 빠른 상황 판단을 돕고 승리에 필요한 여러 행동 대안을 제시한다.
블록 Ⅲ는 카운터 스텔스 능력도 대폭 강화됐다. 이 전투기 동체 하부에는 탈부착식인 IRST21이라는 적외선 탐지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IRST21은 전투기의 열원을 잡아내는 적외선 센서로, 160㎞ 이상 거리에서 스텔스기인 F-35A를 탐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35A보다 크고 방사열도 많은 중국 J-20이나 J-35 같은 스텔스 전투기는 이보다 원거리에서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기종 교체를 마친 제27전투공격비행대에는 이런 고성능 F/A-18E 블록 Ⅲ가 18대나 편제돼 있다. CVW-5가 항모 교체와 함께 1개 비행대를 최신 5세대 전투기 F-35C로 바꾼 점을 감안하면 단 몇 달 만에 주일미군 해군 전투기 전력의 절반이 최신 기종으로 바뀐 셈이다.
미국은 주일미군 공군 전력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미 국방부는 주일 미 공군 전투기를 모두 신형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배치된 제44·67전투비행대는 오랫동안 구형 F-15C 전투기를 운용했다. 이 부대는 지난해 미 본토로 복귀해 최신 4.5세대 전투기인 F-15EX로 기종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2026년까지 기종 교체 작업을 마치고 가데나 기지에 재배치될 계획이다. 일본 혼슈 북부 미사와 공군기지의 제35전투비행단도 기존 전력인 F-16CJ/DJ 전투기 36대를 미국 본토로 돌려보내고 최신 기종인 F-35A 블록 Ⅳ 기종 48대를 인수해 전력화할 예정이다.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일본에 주둔하는 미 해공군 4개 비행대가 최신예 4.5~5세대 전투기로 기종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이4월 21일(현지 시간)‘발리카탄 2025’연합훈련에 나섰다.이번 훈련에는 일본자위대도 참여했다. 뉴시스
주일미군 위상 격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감축 기조에도 미국이 주일미군 항공 전력을 대폭 강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된 이유는 일본이 미국의 반중(反中) 군사동맹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냉전 이래 미국 동북아 군사정책의 중심은 주한미군이었다. 주일미군 지위는 유사시 유엔사 후방 기지 역할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지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한미동맹 역할을 한반도 안에만 묶어두려 했다. 반면 일본은 전수방위(専守防衛) 원칙을 버리고 미·일동맹의 성격을 전 세계 모든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바꿨다. 미·일동맹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군사협력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전진 배치해봤자 대중국 전략에서 별 역할을 할 수 없는 주한미군보다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연합작전을 펼 수 있는 주일미군 전력을 강화하는 게 당연하다.
최근 주한미군 전투기 전력이 사실상 대폭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 A-10C 공격기 24대를 본토로 철수, 퇴역시켰다. 또한 이에 따른 공백을 보완하고자 주한미군 군산공군기지에 배치된 F-16C 8대를 오산공군기지로 1년간 임시 이동 배치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4월 중순 군산에 배치된 나머지 F-16을 모두 오산으로 옮겨 2개의 슈퍼 비행대 체제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 시각이다. 줄어든 전투기 물량만큼 보강되는 전력이 없고, A-10C 공격기가 완전히 퇴역한 후 주한미군에 대신 배치될 전력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주요 전투기 사업의 축소·지연으로 항공기 노후화와 전력 부족을 겪는 한국 공군에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한미연합군 공군 작전계획은 당장 가능한 전력을 바탕으로 기(旣)계획 공중임무명령서(Pre-positioned Air Tasking Order), 일명 Pre-ATO에 따라 수행된다. 모든 전투기는 데프콘 격상 단계부터 시간 단위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미리 마련된 계획에 따라 운용된다. Pre-ATO에 포함된 전투기 가운데 24대나 빠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임무를 다른 전투기가 대신 넘겨받거나 임무 자체를 계획에서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A-10C는 지상 공격 전담 기종이다. 유사시 적 지상군 차단과 대화력전, 근접 항공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한다. 이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가 가용 전력 리스트에서 삭제됐다면 한국은 당연히 미국에 대체 전력을 요구하거나 자체 보유 전투기 수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조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일본 오키나와 가네다공군기지에서 미군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GETTYIMAGES
한국, 천문학적 국방비 쓸 수 있나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주한미군 존재는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이루는 기틀이다. 한국과 미국은 말 그대로 ‘상호방위’를 위해 조약을 맺고 있다. 이 점을 망각하고 주한미군을 미국의 세계 전략을 위해 움직이지 못하게끔 묶어만 두려 한다면 최근 전투기 전력 축소 같은 사태가 빈발할 것이다. 당장 7월에 도착하는 순환배치 여단이 주한미군의 마지막 지상전투부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상전투부대 순환배치가 끝나면 이를 지원하는 제8군의 정보·화력·통신·항공·방공 전력도 순차적으로 한국을 떠날 수 있다. 한국은 안보 측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스스로 극복할 정도의 천문학적 국방비를 쓸 준비가 돼 있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한미동맹 성격을 재정의하고 미국의 반중 군사동맹에서 적극적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야 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7호에 실렸습니다〉
#주일미군 #F/A-18E 블록 Ⅲ #CVW-5 #항공기 현대화 #미·일 동맹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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