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갔을 때 빠뜨리지 않고 점검해야 하는 일이 물이 잘 나오는지 수도꼭지를 돌려보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수도꼭지를 돌려보는 일이 중요하다. 서부 등 가뭄으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아 수돗물을 우리보다 낮은 수압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미국 출장을 갔다가 마치 보슬비가 내리는 듯한 샤워기 앞에서 당황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러스트=박상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샤워를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s Showers Great Again)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가정 샤워기의 수압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낮은 수압 때문에 샤워하는 데 15분이나 걸린다고 불평하면서 “내 아름다운 모발 관리를 위해 샤워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샤워기 수압 논란은 33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샤워기 수압을 분당 2.5갤런(9.5L)으로 제한하는 에너지 제한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가정의 물 사용량의 약 20%를 샤워가 차지하고 있다. 당시엔 ‘물 낭비를 줄여 지구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대세여서 초당적으로 동의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했다. 그런데 쫄쫄쫄 나오는 샤워기에 불편함을 느낀 미국인들이 노즐이 여러 개인 샤워기를 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2013년)은 샤워기 전체에서 나오는 수압을 분당 2.5갤런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트럼프는 집권 1기인 2020년 이번과 비슷한 불만을 터뜨리며 해당 규정을 샤워기 전체가 아닌 개별 노즐로 제한하게 완화했다. 그러자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이 규칙을 오바마 때로 되돌렸고, 이번에 트럼프가 다시 자신의 행정명령을 복원한 것이다. 샤워기 수압을 제한하는 규제는 우리나라에도 있다(수도법 시행규칙). 미국보다 엄격한 분당 7.5L 이하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 수압이 미국의 2~3배여서 7.5L 이하 제품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를 못 느낀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평소 일상에서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00L 정도로 미국보다는 적지만 독일·덴마크에 비해 2배 이상 많아 전 세계적으로 셋째로 물을 많이 쓰는 나라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강수량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2023년 호남 물 부족 사태에서 보듯 언제라도 물 부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물을 소중하게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도 샤워기 수압 논쟁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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