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집무실에 침낭 깔고 숙박… 나 같은 美의원 수두룩"
[박국희의 워싱턴 인사이드 아웃]
10년째 美 의회서 먹고 자는 버디 카터 하원 의원 인터뷰
입력 2025.03.10. 01:23업데이트 2025.03.10. 09:44

버디 카터 미국 하원 의원(공화당·조지아)이 지난 6일 워싱턴 DC 레이번 하우스(의원회관) 의원실 바닥에 침낭을 펼치고 있다. 카터 의원은 2014년 11월 첫 당선 이후 약 10년째 의정 활동이 있는 주중엔 의원실 숙박을 하고 있다.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미 공화당·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현재 의원실 ‘장기 숙박’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박국희 특파원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DC 의회 옆 레이번하우스(의원회관) 2432호 버디 카터(68·공화당) 연방 하원 의원실. 카터 의원이 의원실에 딸린 화장실로 통하는 문을 열자 좁은 복도에 접이식 침대와 침낭 등이 보였다. 전날 밤에도 의원실에서 잤다는 카터 의원은 능숙하게 접이식 침대를 의원실 소파 옆으로 가져와 설치하고 그 위에 침낭을 펼쳐 잠자리를 만들어 보였다. 카터 의원은 “숙면을 위해 휴대전화로 ‘백색소음(주파수 성분이 같은 세기로 골고루 있는 잡음)’을 틀어놓고 잔다”고 했다.
약사 출신으로 2014년 11월 조지아주(州) 하원 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카터 의원은 2024년 11월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며 6선(選) 고지에 올랐다(미 하원 의원 임기는 2년이다). 주말에는 지역구 활동을 위해 조지아주에 있고, 의정 활동을 위해 워싱턴 DC에 머무는 주중엔 의원실 간이 침대에서 자는 생활을 10년째 반복 중이다. 카터 의원은 “처음 당선돼서 의회에 왔을 때 이렇게 하는 선배 의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6일 미 의회 공화당 소속 버디 카터 하원의원이 의원실 내 한 켠에 보관해 둔 간이 침대와 침낭 등 침구류를 보여주고 있다. 전날 밤에도 의원실에서 잤다는 버디 카터 의원은 스스로 '일 중독자(워커홀릭)'라고 할 만큼, 이날도 왼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 /박국희 특파원
뉴욕포스트·USA투데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때에 따라 많게는 100여 명의 하원 의원이 의회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전체 하원 의원(435명)의 5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카터 의원은 “요즘은 공화당·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의회에서 살고 있다”며 “이 사안에서만큼은 초당적”이라며 웃었다.
한국 면적의 약 98배에 달하는 미국의 의원들이 의회가 있는 워싱턴 DC와 각자의 지역구를 자주 오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보통 주중에 머물게 되는 워싱턴 DC에 집을 한 채 더 마련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현재 워싱턴 DC 내 침실 한 개 딸린 방의 평균 월세는 약 2500~3000달러(약 362만~434만원) 수준이다. 미국 연방 의원 연봉은 2009년 이후 17만4000달러(약 2억5200만원)로 동결돼 있어 ‘두 집’을 운영하긴 어렵다. 많은 의원이 의회에서 ‘장기 숙박’ 중인 이유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케빈 매카시 전 하원 의장을 비롯해 ‘트럼프 2기’ 여성 장관인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도 하원 의원 시절 의회에서 숙박했다. 놈 장관은 공화당 소속 사우스다코타 하원 의원 시절인 2015년 미 언론 인터뷰에서 “유일한 위험 요소는 쥐”라며 “밤에 쥐가 나와서 사무실로 남자 직원을 불렀지만 쥐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사무실 문 틈새 모두를 테이프로 붙이고 잠을 잤다”고 하기도 했다.
정계에선 의원실 소파나 간이 침대에서 잔다고 해서 이들을 ‘카우치 코커스(Couch Caucus·소파 의원 모임)’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카터 의원은 “나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좀 더 편하게 일하기 위해 의원실에서 자는 것”이라고 했다. “의회에 처음 왔을 때 다시 학교에 온 기분이 들 정도로 읽고 공부할 게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도 매일 밤 의원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에 들어요. 출퇴근 때마다 이 일대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죠.”
의원 전용 헬스장은 의원들의 의원실 숙박을 돕는 공신이다. 카터 의원은 매일 오전 4시 45분에 일어나 5시쯤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하고 샤워실에서 씻은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헬스장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땀을 흘리며 아령을 들고 같이 샤워를 할 때는 정치도, 거래도, 정파성도 없다. 헬스장은 (정쟁이 치열한) 본회의장과 달리 의회에서 가장 비당파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지난 6일 미 의회 레이번하우스(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공화당 소속 버디 카터 하원의원이 간이 침대 앞에 서 있다. /박국희 특파원
카터 의원은 의회에서 숙박하며 상대 당 의원들과 인간적 교류를 해보라고 초선 의원들에게 권유하는 기고를 지난해 11월 워싱턴포스트에 보냈다. 카터 의원은 기고에서 “우리 사이엔 간이 침대와 소파에서 자고 일어나 같은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고 의원회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하면 쥐들이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잠드는 유대감이 존재한다”며 “반대 정당의 정치인들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알게 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를 거치며 의원들의 사무실 숙박이 비위생적이라는 논란과 함께 ‘공짜 숙박’ 비판도 제기됐다. 의원들이 의회에서 자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백만장자들만 의원을 하라는 말이냐”는 반대 논리 속에 통과되지는 않았다. 대신 2023년 의원들의 주택 임차료와 호텔 숙박비 등을 일부 지원해주는 법안이 통과됐다. 카터 의원은 “이제는 호텔에서 자면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의회 숙박이 양당 의원들 사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 나의 가장 친한 헬스장 친구는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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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山;
국민의 혈세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처럼 여기는 한국 국회 의원들아!
바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 의회 의원들의 실상을 보고, 좀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고액 연봉과 특혜, 특권에 젖은 자들에겐 소 귀에 경읽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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