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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改憲으로 '탄핵'과 '기각' 국민 정면충돌 위험 낮춰야

鶴山 徐 仁 2025. 2. 16. 11:26

오피니언 칼럼

[강천석 칼럼] 改憲으로 '탄핵'과 '기각' 국민 정면충돌 위험 낮춰야

국가 안보 통째로

駐韓 미군에 맡기고

언제까지 난장판 벌이나

憲裁는 '천천히 서두르고'

법원은 '급하게 서둘러야'

불씨 하나 들판 태우는 사태 막아

강천석 기자


입력 2025.02.15. 00:15업데이트 2025.02.15. 08:44

1월 2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 모습./뉴스1

한국은 ‘대행(代行)’이 다스리는 나라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면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다가 총리마저 탄핵 소추되면서 경제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으로 들어섰다. 인정사정없는 트럼프는 동맹국이라 해서 ‘대행의 대행’까지 상대해 주진 않는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연타(連打)를 맞는 한국이 마치 가드를 내려버린 권투 선수 같다.

휴전선은 지구상에서 가장 대규모 병력과 화력(火力)이 대치한 지역이다. 수천 문의 북한 장사정포는 서울 너머 과천 이남을 때릴 수 있고 일부는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날아간다. 이 상황에서 육군 최고 지휘관 참모총장은 구속돼 공석(空席)이고 최정예 부대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간첩 잡는 방첩사령관은 구속돼 이 재판 저 재판을 오간다. 하마스 기습 받은 이스라엘군(軍)이 이랬다면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됐을 것이다.

비정상이 장기화되면 다들 그걸 정상으로 착각한다. 비상계엄·계엄 해제·탄핵 소추·탄핵 재판으로 이어진 비상사태 속에서 단 한 명 정치인도 휴전선을 걱정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라 전체 국민 상하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한 휴전선은 뚫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오염(汚染)돼 있다. 한·중·일 3국 가운데 북한 핵무기에 제일 둔감한 나라가 한국이다. 동맹국이지만 미군은 남의 나라 군대고, 미국 핵무기는 남의 나라 핵무기다. 국가 안보를 통째로 남의 군사력에 기대는 의존(依存) 심리가 만연한 나라는 온전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 사회에 군(軍)마저 오염되면 나라가 백척간두에 선다.

무정부 상태가 길면 무법 사회가 출현한다. 해방부터 정부 수립까지 한국은 그런 길을 통과했다.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2차대전이 끝나고 서부 유럽과 동부 유럽 경계선 국가에선 수백만 명이 살육됐다. ‘무정부 상태’와 ‘무법 사회’의 희생자들이다. ‘피의 시대’, ‘피의 대륙’으로 불린다.

‘대행(代行)’과 ‘대행의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럭저럭 나라는 굴러가고 치안도 유지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77년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세계 10대 경제 국가의 저력(底力)을 발휘하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혁명 시대에 ‘그럭저럭’은 낙오자(落伍者)의 길이고, 저력도 언젠가 바닥을 드러낸다.

현 사태의 책임자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다. 누구 탓이 더 크고 작은가를 다투기 힘든 공동정범(共同正犯)들이다. 대통령은 부인을 단속하지 못해 둑에 구멍을 내 국회 다수당이 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려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할 지경에 몰렸고, 야당 대표는 대형 의혹과 잡스러운 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그물을 찢고 형(刑)이 확정되기 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려고 170명 의원을 졸병(卒兵)처럼 부리며 정부를 마비시켰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대통령 모습과 야당 대표가 탄핵 몽둥이를 휘두르며 나라를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공동정범인 두 사람 가운데 대통령은 탄핵 심판대에 서 있고 머지않아 형사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돼 있다. 반면 야당 대표는 의기양양하게 대통령 연습을 하며 각국 대사들을 접견하고 있다. 이런 불공평한 사태 앞에서 국민들은 두 쪽으로 쫙 갈라졌다. 여론 추이는 대선에서 대통령을 찍었다 실망하고 돌아섰던 지지자들이 다시 탄핵 반대 대열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1639만 표, 이재명 대표는 1614만 표를 얻었다. 헌법재판소는 양쪽으로 갈라진 이 거대 국민 집단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국민’이 ‘군중(群衆)’으로 바뀌는 건 순간이다. 탄핵 반대층은 사법부가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술을 허용하고 헌재가 심판을 서두르는 기색이 역연하면 ‘시민’에서 ‘군중’으로 돌변할 것이다.

헌재는 과거 탄핵 같은 사건은 전원일치(全員一致)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심판의 정당성(正當性)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그것도 어려울 듯싶다. 헌재가 기름 위에 떠 있는 섬처럼 위태위태해 보인다. 작은 불씨 하나가 들판을 태운다. 탄핵이든 기각이든 거대(巨大) 소용돌이는 피하기 어렵다.

탄핵과 기각이 맞서 일으키는 파괴적 정면충돌을 줄이려면 여야가 헌법 개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개헌 문제로 진심으로 마주 앉으면 탄핵과 기각의 폭발성과 인화성(引火性)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헌재는 ‘천천히 서두르고’, 법원은 ‘급하게 서두르고’, 개헌 협상은 그 ‘중간 속도’로 진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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