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2.08. 00:05업데이트 2025.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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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정원1차장 메모. /헌법재판소 변론영상
12·3 계엄이 ‘내란’이란 프레임이 굳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6일이다. 계엄 선포 사흘 뒤인 이날, 곽종근 특전사령관(이하 당시 직책)이 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에 나와 “(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울먹이기까지 했다. 국회에 출동했던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결 정족수인)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막으라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같은 날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가세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 나와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방첩사령관에게선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15명 내외를 체포하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했다. 홍 차장은 당시 메모했다는 체포 명단도 박선원 민주당 의원을 통해 “물증”이라며 공개했다. 이후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4명이 (의원)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검찰 공소장이 공개됐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헌 문란’이라는 내란죄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 이후 모든 정국 흐름은 ‘계엄=내란’을 전제로 진행됐다. 야당은 절반 이상을 내란 혐의로 채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내란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여당을 ‘내란 동조당(黨)’으로 규정하고, 다른 얘기를 하면 ‘내란 선동죄’로 고발하겠다며 ‘카톡 검열’까지 들고나왔다. ‘싹 다 잡아들이라’ ‘도끼로 부수고 끄집어내라’는 식의 엄청난 증언들이 나온 터라 내란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보였다.
공수처의 무리한 대통령 체포도 그 전제 위에서 강행됐다. 수사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내란 프레임에 올라탄 덕이었다.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해 주고, 경찰이 영장 집행에 협조하고, 경호처 직원들이 저항을 포기한 것도 내란이 기정사실처럼 각인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여당 일부 의원이 찬성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군·국정원 간부들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탄핵안 통과도, 대통령 체포도, 구속 영장 발부도 어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개시되고 사실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계엄 당사자들 증언이 조금씩 달라졌다. 김용현 국방 장관은 검찰 공소장 내용을 뒤집었다. 국회에서 빼내라고 한 것은 ‘의원’이 아니라 ‘(특전사) 요원’이고, 기재부 장관이 받았다는 쪽지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작성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를 지시받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우두머리로 규정한 검찰의 내란죄 법리를 전면 부정한 것이었다.
계엄군 측 진술도 미묘하게 변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던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헌재 증언에서 ‘인원’을 ‘데리고 나오라’였다고 수정했다. 김현태 특전사 단장은 ‘국회의원’과 ‘끌어내라’는 단어는 지시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계엄 직후 ‘인원을 포박할 케이블 타이’를 휴대했다고 밝혔지만, 두달 뒤엔 ‘국회 문을 봉쇄할 목적’이었다고 뒤집었다. 검찰 공소장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라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기재됐던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체포 지시가 없었다”며 공소장 내용 대부분이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
‘체포 명단’을 폭로했던 홍장원 국정원 차장은 ‘오염된 메모’ 논란을 자초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을 통보받을 때 받아 적었다던 메모가 원본이 아니라고 실토했다.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보좌관에게 옮겨 적게 하고 자신이 가필한 메모이며, 원본은 버렸다는 것이다. 여 방첩사령관은 홍 차장에게 ‘체포’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이재명·한동훈 체포’ 의혹에 금이 간 것이다.
민주당부터 발을 빼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겠다고 후퇴했다. 내란죄는 두 사람 탄핵소추의 절대적 사유였는데 이를 뺀다면 국회 의결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인 체포’ ‘국회 마비’를 기정사실로 하고 강행된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은 또 뭐가 되나.
12·3 계엄은 헌법상 요건에 맞지 않고 절차를 위배해 위헌·위법 요소가 크다는 데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되냐는 별개의 문제다. 점령군 행세하는 정치권의 개입과 군 사령관들의 과장된 진술이 내란 프레임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빼도 박도 못 할 사실인 양 각인시킴으로써 정국 흐름과 사법 절차를 왜곡시켰다. 이제라도 냉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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