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 미사일 확보 경쟁… 동북아에 감도는 전운
- 주간동아 업데이트 2025-02-01 10:552025년 2월 1일 10시 55분
‘비싼 소모품’ 미사일 도입 속도전, 머지않아 대규모 분쟁 발생 우려최근 미국 한 군사 전문매체가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이 역내 군사력을 계속 강화함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각국이 경쟁적으로 상륙함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일본과 호주, 대만, 필리핀 등 각 나라의 상륙함 증강 사례를 소개했다. 아·태 국가들이 중국의 군비 증강에 맞서 다른 것도 아닌 상륙 전력을 강화한다는 소식에 의아해하는 이가 적잖다. 유사시 이들 나라가 해병대를 보내 중국 해안에 상륙작전이라도 하겠다는 것일까.
중국의 둥펑-26 중거리탄도미사일. [뉴시스]美 우방국 중심으로 상륙 전력 강화
최근 상륙 전력을 강화하는 나라는 대부분 미국과 군사동맹이거나 우방이다. 이들 나라가 늘리고 있는 상륙함은 전통 개념의 상륙 작전용이 아니다. 중국을 둘러싼 크고 작은 섬들로 지대함 미사일 발사차량을 실어 나르는 게 목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 호주, 대만, 필리핀은 상륙함과 함께 지대함 미사일 전력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10척의 상륙함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오오스미급(만재배수량 1만4000t) 3척 규모인 상륙함 전력을 2027년까지 대거 늘리는 게 목표다. 이 같은 건함 계획에 따라 배수량 4000t급 요코급 2척, 3000t급 니혼바레급 4척, 소형기동지원함 4척이 도입될 전망이다. 이 배들의 건조 목적은 육상자위대 17식 지대함 미사일과 현재 개발 완료 단계인 장거리 지대함·지대지 미사일 발사차량을 오키나와 등 주요 도서 지역에 신속히 전개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해병대의 지대함 미사일 발사차량 전개도 지원할 전망이다. 상륙 전력 강화에 발맞춰 일본은 자국산 12식·17식 대함 미사일은 물론, 미국제 토마호크 블록5 미사일과 해상타격미사일(NSM)도 대량 도입하고 있다.
대만은 유사시 중국군 상륙을 막고자 세계 최대 규모 지대함 미사일 전력을 운용한다. 이런 대만도 상륙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1만600t 규모인 위산(玉山)급 상륙함 4척을 도입하고 있다. 위산급은 구축함 수준으로 중무장한 상륙함이다. 분쟁 수역에 지대함·지대공 미사일 전력을 전개하는 동시에 함대의 수상 전투를 지원하는 게 주요 임무다. 이 배에는 대만이 대량 운용하는 슝펑(雄風) 계열 지대함 미사일 발사차량이 실린다.
중국 해군 강습상륙함 쓰촨함. [중국 해군 강습상륙함 쓰촨함.]필리핀과 호주도 상륙·미사일 전력 강화에 뛰어들었다. 필리핀은 1만1580t 규모 타를라크급 상륙함 2척을 확보한 데 이어 인도에서 브라모스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 포대를 구매했다. 2만7500t 규모 캔버라급 강습상륙함 2척을 운용하는 호주 역시 3900t급 상륙함 8척을 포함한 신형 상륙함 18척을 추가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운용할 지대함 미사일로 미국제 NSM 탑재 이동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과 정밀타격미사일(PrSM) 인크리먼트 2 모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아·태 각국이 차량 탑재형 지대함 미사일과 이를 도서 지역으로 실어 나르는 상륙함·정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으로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 전략에 기여하고 반대급부를 얻기 위함이다. 2020년 미국은 대대적인 해병대 개편으로 전통 개념의 상륙작전 능력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상륙 및 지상전 임무를 수행하던 해병연대는 해병연안연대(MLR)로 개편되고 있다. MLR은 다양한 지대함 미사일을 운용하는 대함 타격부대와 이를 엄호·지원하는 전력으로 구성된다. 미군의 대중국 해상봉쇄전략인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네메시스)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당선인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유사시 중국 해군의 물량 공세에 맞설 군함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국방부와 여러 싱크탱크는 “중국은 지난해 기준 370여 척의 수상함을 보유해 297척에 그친 미 해군을 물량에서 앞섰다”고 우려해왔다. 선박 건조 능력 면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232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도 매년 수십 척씩 군함을 찍어내는 상황이다. 2030년이 되기 전 중국 해군은 현대화된 수상함을 400척 이상 보유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 조선업 퇴조로 대량의 군함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이 ‘미사일 물량 공세’로 중국 해군에 맞설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배경이다.
“중국, 군함 보유량에서 미국 앞섰다”
미국의 AGM-158C 신형 장거리 스텔스 대함 미사일(LRASM). [록히드마틴 제공]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군이 대함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주목된다. 미국 연방조달청 사이트에 1월 초 해군항공시스템사령부 명의의 신규 계약이 공고됐다. 록히드마틴에서 생산하는 신형 장거리 스텔스 대함 미사일(LRASM)을 미 공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과 F-15EX 이글 II 전투기에 통합하는 사업이다. 미국이 제공전과 지상 공격 임무에 주로 투입해온 스트라이크 이글 계열 전투기를 대함 타격용 공격기로 탈바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 제식명 AGM-158C LRASM은 서방 세계의 표준 대함 미사일로 오랫동안 활약한 하푼(Harpoon)의 후속 모델이다. 미 공군과 해군이 운용 중인 장거리 스텔스 공대지미사일 JASSM-ER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LRASM은 다중모드 시커와 데이터링크 시스템, 인공지능(AI) 기술, 전자전 장비를 갖췄다. 현존하는 방공 시스템 대부분을 뚫을 수 있는 최강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이 특히 위력적인 이유는 스텔스 설계 덕에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데다, AI를 이용해 스스로 공격 전술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LRASM에 탑재된 AI는 적이 어떤 방공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는지까지 분석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속도와 고도, 방위각으로 작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표적과 가까워지면 해수면 가까이 돌입하는 동시에 적함 종류를 자동 판단해 약점을 정확히 타격한다.
LRASM 사거리는 최소 370㎞에서 최대 900㎞ 사이로 추정된다. LRASM은 내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되는 F-15EX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후 미국의 대중국 억제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동해함대사령부와 상하이, 북해함대 핵심 거점인 칭다오가 사정권이다. 현재 미국은 이 미사일을 해군의 F/A-18E/F(최대 4발), 공군의 B-52H(최대 20발), B-1B(최대 24발)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이번 체계 통합으로 F-15E와 F-15EX도 대당 5발씩 탑재하도록 개량할 계획이다.
발사 플랫폼이 다양화되는 데 발맞춰 미사일 생산시설도 대대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한 해 LRASM/JASSM(장거리공대지미사일) 계열 생산 능력은 2023년 최대 300발에서 지난해 720발로 늘어났다. 이르면 내후년 연간 1100발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미국은 LRASM과 함께 핵심 대함 타격 무기로 운용할 NSM과 개량형인 합동타격미사일(JSM) 생산 설비도 증설하고 나섰다. 기존 노르웨이 생산 공장을 확대하고 미국과 호주에도 공장을 신설해 연간 최대 100발이던 생산 능력을 수백 발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마호크는 현재 연간 90발 정도인 생산 능력을 내후년 200발로, SM-6 미사일은 125발에서 300여 발로 늘릴 계획이다. PrSM은 지난해 기준 110발에서 올해 190발, 내년에는 연간 수백 발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장이 증설된다.
‘對中 억제 선봉장’ 일본도 미사일 확충
일본 해상자위대 강습상륙함 오오스미함. [위키피디아]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 선봉장을 자처하는 일본도 대대적인 미사일 확충에 나섰다. 일본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36억4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 규모의 중거리공대공미사일 암람(AMRAAM) 구매를 승인받았다. 일본은 이미 ‘일본판 암람’으로 불리는 99식 중거리공대공미사일(AAM-4)을 대량생산해 배치하고 있다. 또한 영국과 협력해 미티어(Meteor) 미사일을 기반으로 신형 장거리공대공미사일(JNAAM)을 공동 개발해 대량생산할 예정이다. 중장거리공대공미사일만 1000기 단위로 대량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중국 공군의 전투기·드론 물량 공세에 장거리공대공미사일로 맞서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일본은 공격용 미사일 전력도 크게 증강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F-35A 전투기 내부 무장창에 탑재하는 스텔스 공대함 미사일 JSM 4차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초 발주 후 초도분이 인도되기도 전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추가 편성해 수백 발의 스텔스 대함 미사일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사거리 1600㎞급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블록4와 블록5 400기도 올해부터 인수를 시작한다. 이 미사일은 현재 일본이 개발 중인 사거리 2000㎞급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배치에 앞선 과도기 성격의 무기다.
일본은 토마호크 전력화와 동시에 올해 하반기 자국산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을 대량생산한다. 이들 미사일은 내년 육해공자위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도서(島嶼) 방위용 고속활공탄’으로 명명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도 완성돼 육상자위대에 시범 배치됐다. 블록1·2가 동시에 개발된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900㎞급이다.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탄두부는 종말 단계에서 회피 기동이 가능해 적 요격 시스템을 돌파할 수 있다. 블록1은 지난해 초도 양산이 시작됐고 블록2는 내년 양산된다. 육상자위대에 2개 대대 규모 부대를 신설해 수백 발이 배치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이 최근 몇 년 사이 많게는 수천 발씩 미사일을 대량생산 및 구매하는 것은 중국에 대응하려는 목적에서다. 폭발적 속도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중국은 군함과 전투기를 마치 복붙(복사·붙여넣기의 준말)하듯 찍어내고 있다. 나아가 이들 플랫폼에서 운용할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도 대량으로 생산 중이다. 이미 10년 전 미 공군 수뇌부를 전율케 했던 장거리공대공미사일 PL-15는 이미 대량 운용되고 있다. 현재는 사거리 300~400㎞급인 초장거리공대공미사일 PL-17과 PL-21이 대량 운용되고 있음이 식별됐다.
장거리 타격용 미사일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괌에 있는 미군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다양한 유형의 탄도미사일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유사시 한국, 미국, 일본, 대만 해군 전투함을 격파하고자 지대함·함대함·공대함 미사일도 대량 배치 중이다. 이에 발맞춰 H-6 계열 폭격기들도 새로운 탄도탄 발사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거리 3000㎞급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CH-AS-X-18과 단거리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CM-401 계열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다. 사거리 400㎞급 초음속 대함 미사일 YJ-12는 지대함·함대함·공대함 버전으로 만들어 그야말로 엄청난 물량이 배치되고 있다. 중국이 유사시 자국 연안은 물론, 한반도 서해와 동중국해·남중국해·필리핀해까지 미사일로 뒤덮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정상적 무기 도입 속도
미사일은 포병 탄약처럼 소모품이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한 번 사놓으면 끝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운용 기간 내내 추진체는 물론 내부 부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서태평양 각국이 ‘고가의 소모품’을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 막대한 규모로 확충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 나라가 가까운 미래의 대규모 전쟁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도 이 같은 국제 정세를 냉철하게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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