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먹고사니즘'의 문제다
조용우 ・ 2024. 12. 9. 20:56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재난을 극복하는 일은 자연과 환경을 넘어 우리들의 직접적인 생활과 직결된 경제문제이며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되었다.
우선 기후재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 리(Swiss Re)에 따르면, 지난해 2023년 자연재해 피해보상을 위해 각국의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액수는 우리 돈으로 약 149조 원으로, 직전 10년(2013~2022년) 평균치인 약 123조 원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진 이상기후 탓으로 자연재해가 빈발해진 탓이다. 지난해 10월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서도 기후변화의 여파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약 3,769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20년 동안 한 시간마다 약 217억 원이 증발한 셈이다. 연간 피해 규모는 20년 사이에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기후재난에 따른 미래의 피해 전망은 더 어둡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누적 기준 세계 인구 중 1,450만 명이 사망하고 12조 5,000억 달러(약 1경 6,818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영향만으로도 2049년까지 전 세계 소득이 평균 19%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식량, 에너지 등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제품들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해 급등했다. 첨단 산업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쓰이는 주요 핵심광물 중 코발트, 구리, 리튬의 생산은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엔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묶어 만든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상기후로 생필품, 원자재 등의 가격이 급등하여 생긴 용어다. 기후위기가 곧 경제위기며 환경문제가 곧 경제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후위기를 무시한 채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고 기존의 산업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시에는 무려 -935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기후행동과 경제적 성장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주는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기후 행동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주도한다'는 제목의 딜로이트 경제연구소의 기후변화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기후위기에 무대응하거나 부적절하게 대처할 시 향후 반세기 경제적 누적 손실은 현재 가치 기준으로 약 9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며 두 산업군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제조업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항구 등 해안지역 관련 인프라가 향후 50년 간 매년 평균 8조 원 정도의 손실을 입고, 서비스산업의 경우 매년 평균 18조 원의 막대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상 이변 피해와 노동생산성 저하로 소매 및 관광, 건설 및 에너지산업 분야에도 매년 평균 전체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한국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C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발맞춰 적극적이고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선다면 오히려 2070년까지 약 2300조 원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보고서의 이러한 분석과 예측은 앞으로의 10년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아주 중요한 터닝 포이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제적인 기후행동을 비용이 아닌 미래 경제 신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한 투자 기회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탈탄소화 경로를 4단계로도 제시했다. 그 첫 단계는 과감한 기후대응을 위한 준비 단계로, 지금부터 2025년까지 정부, 기업, 소비자 등 주요 시장 참여자들의 기후행동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시장에 달라진 가격 신호를 보내 탈탄소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했다. 두 번째 단계인 2025년부터 2040년까지는 경제 사회 구조 전반의 체계적인 전환을 통해 변화를 이루는 시기로 봤다. 2050년까지 세 번째 단계에서는 기술 혁신과 진보에 따른 경제적 순이익은 무역과 건설, 서비스산업 등 핵심 산업 전반에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기후와 경제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2050년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탄소중립과 친환경 경제성장 실현을 통해 저탄소 미래 구조를 확립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연구소의 프라딥 필립(Pradeep Philip) 박사는 "불과 50년 안에 한국 경제는 935조 원의 비용을 2300조 원의 이익으로 바꿀 수 있다"며 "세계 경제구조를 저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재난 앞에서 한국이 혁신적인 기술 허브로서 전 세계의 변혁을 위한 기술과 혁신을 제공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경제동력으로 떠오른 탈탄소화 기술을 주도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추동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때 '환경이 밥 먹여주냐'며 환경문제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무지몽매한 시절이 있었다. 개발만능주의가 모든 가치를 대신하던 토목과 건설, 난개발의 시대였다. 지금도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 탓으로 환경의 소중함과 경제적 연관성을 부정하거나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환경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향후 반세기 누적 손실이 935조원에 이를 것인가, 아니면 곧바로 대응에 나서면서 오히려 23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다시말해 위기에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린 것이다. 자, 이제 망설이지 말고 뛰자. 여기가 로도스다!
https://cms.sis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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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은 더 이상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재난을 극복하는 일은 자연 보호를 넘어 우리의 생존과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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