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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지시” “나와 상의 안 해” “잘 몰라서”… 비겁한 발 빼기

鶴山 徐 仁 2024. 12. 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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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지시” “나와 상의 안 해” “잘 몰라서”… 비겁한 발 빼기

 

  •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4-12-06 23:272024년 12월 6일 23시 27분 입력 2024-12-06 23:27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임에도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반성과 사과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거나 떠넘기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비상계엄이 법적 선포 요건도 절차도 갖추지 않아 내란죄 성립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내란죄 공범’으로 몰릴까 “대통령 지시였다” “포고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발뺌하기 바쁜 것이다.

계엄령 선포는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지만 사전 국무회의 심의와 사후 국회 해제 요구권이라는 견제 장치가 있다. 그런데 계엄 선포 전 대통령을 포함해 11명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조태열 외교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3명뿐이었다고 한다. 사전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6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계엄에 반대했느냐는 질문엔 “다양한 의견을 말씀드렸다”고 얼버무리면서 대통령이 계엄의 법적 문제에 대해 “저하고 상의는 안 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최고 법률 참모로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반대했어야 하지 않나.

외교부 출신인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비상계엄이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것임을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찬반 의견을 냈느냐’는 질문에 “말할 기회가 오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계엄 선포를 위한 회의인 줄 알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괜히 뭣 모르고 갔는데 피해 볼까 걱정된다는 말인가.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말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 생각’ ‘야당의 입법 독주는 내란 수준이라는 것이 대통령 생각’이라며 계엄이 ‘대통령 생각’임을 거듭 강조했다. 형식적으로 건의는 자기가 했지만 계엄은 대통령이 원해 이뤄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회의 직전 ‘꼼수 면직’이 재가된 덕에 국회 출석의 의무도 피해갔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에서 자기 이름으로 공표된 계엄 포고령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그 분야에 전문성이 없어서”라고 했다. 별 넷 장성이 계엄에 전문성이 없다면 누가 전문가인가.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이 국회를 전면 봉쇄한 데 대해 “포고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하에서도 국회 권한은 제한할 수 없는 게 헌법이다. 포고령 핑계를 댄다고 책임을 피해갈 수 있을까. 폭주하는 대통령 곁에 자기 살 궁리만 하는 참모들뿐이었다니 국회가 제동 걸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는지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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