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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달콤, 더 아삭, 더 향긋... 샤인머스캣 자리 노리는 포도 新품종들

鶴山 徐 仁 2024. 10. 19. 09:47

사회 아무튼, 주말

더 달콤, 더 아삭, 더 향긋... 샤인머스캣 자리 노리는 포도 新품종들

[아무튼, 주말]

몰락한 샤인머스캣 왕좌

노리는 포도 新품종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4.10.19. 00:35업데이트 2024.10.19. 05:22

과일계 제왕의 몰락인가. 샤인머스캣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달 샤인머스캣 평균 도매가격(가락시장 경락 가격)은 2kg에 1만1404원으로, 같은 무게의 거봉(1만5993원)보다 약 4600원(29%) 저렴했다. 2021년 9월만 해도 2만4639원이었지만 3년 연속 하락하면서 그때의 반값이 됐다. 업계에선 이달에도 더 떨어져 8000원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잉 생산으로 맛 떨어지며 몰락

‘포도계 아이돌’ ‘포도계 에르메스’ ‘귀족 포도’ 등 온갖 찬사를 받으며 프리미엄 과일 시장을 장악하던 샤인머스캣. 한때 한 송이(약 500g)에 5만원이라는 초고가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샤인머스캣 때문에 ‘텅장(통장이 텅 빈 상태라는 신조어)’ 됐다”는 글과 함께 소셜미디어(SNS)에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오기도 했다.

샤인머스캣은 비싼 가격에도 희소성과 높은 당도, 아삭한 식감, 망고 같은 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너도나도 재배에 뛰어들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단가가 하락했다. 농가들은 과도하게 재배 면적을 늘렸고, 충분히 자라지 않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샤인머스캣까지 출시했다. 맛이 떨어진 건 당연지사. 소비자들은 “당도가 예전만 못하고 껍질도 질기다”고 불평했다.

유통업계는 샤인머스캣이 물러난 왕좌를 차지할 새로운 포도 품종 찾기에 혈안이다. 지역 농업 연구소들도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딸기·사과 등 과일을 품종별로 골라 먹는 소비자가 늘었고, 특히 포도는 품종에 따라 풍미와 맛이 뚜렷하게 달라 여느 과일보다 이런 트렌드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일본 “루비로망은 뺏기지 않겠다”

‘루비로망’은 포스트 샤인머스캣 시대에 왕좌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품종.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로 유명하다. 놀라지 마시라. 2016년 일본 중앙도매시장 경매에서 한 송이가 110만엔(약 1000만원)에 낙찰됐다. 포도알이 30개 정도니까 한 알당 무려 3만7000엔(약 34만원)인 셈. 루비처럼 붉은 포도알 하나의 직경이 3cm로 탁구공만 하다. 높은 당도는 기본이다.

하지만 루비로망은 일본이라는 암초에 걸려 약진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이시카와현은 “14년에 걸쳐 개발한 루비로망이 한국으로 무단 유출됐다”며 한국 국립종자원에 품종 명칭 등록 취소를 신청했다. 국내에서 루비로망 품종 명칭은 한 종묘 회사가 2021년 등록했다. 정확한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군가 루비로망 묘목을 중국에 몰래 넘겼고, 한국 농업인이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이시카와현은 한국 특허청에 루비로망 상표 등록을 신청했고, 특허청은 지난 1월 이를 거절했다. 이시카와현은 “(국립종자원에) 품종 명칭 등록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심사 보류를 요청했고, 특허청은 지난 7월 받아들였다. 2021년 이미 품종 명칭이 등록됐고 농가 31개가 생산 판매 중이라 등록 취소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판매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 한 백화점 관계자는 “3년 전 루비로망 행사를 했지만 상표 논란 이후로는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품종 쏟아져 춘추전국시대

이처럼 일본이 적극 대응에 나선 건 “샤인머스캣을 한국에 빼앗겼다”는 뼈아픈 과거 때문이다.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1988년 개발했지만, 인기를 미처 예상 못 하고 자국 국립종자원에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경북 김천의 한 농가가 들여와 심었고, 2014년 국립종자원에 생산 판매가 신고됐다. 일본에 샤인머스캣 로열티를 주지 않아도 되는 배경이다. 샤인머스캣은 해외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고, 한국은 이제 일본보다 5배 많은 샤인머스캣을 수출하고 있다.

루비로망 말고도 프리미엄 과일계 패권을 노리는 국내산 포도 품종은 ‘쥬얼머스캣’ ‘골드스위트’ ‘루비스위트’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쥬얼머스캣은 샤인머스캣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이 특징. 골드스위트는 포도알이 샤인머스캣보다 작지만 사과 같은 식감에 아카시아 향이 난다. 경북농업기술원에서 적색계 베니바라드와 샤인머스캣을 교배해 탄생시킨 루비스위트는 색·맛·식감 등에서 루비로망과 매우 비슷한 차세대 유망 품종이다.

여기에 솜사탕처럼 달콤한 맛과 향이 나는 ‘솜사탕적포도’(미국산), 길쭉한 모양이 독특한 ‘블랙사파이어’(미국산) 등 수입 품종들까지 뛰어들었다. 바야흐로 ‘포도 춘추전국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