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사설] “의대 정원 줄여야”라는 의사협회장, 도 넘지 말길

鶴山 徐 仁 2024. 3. 28. 11:13

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대 정원 줄여야”라는 의사협회장, 도 넘지 말길

조선일보


입력 2024.03.28. 03:12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있다. /뉴스1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대립 중인 의사협회 차기 회장 결선투표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6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임 당선자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오히려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명∼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후보였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강성으로 분류됐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민생 토론회에 들어가려다 경호처 직원에게 입이 틀어막혀 끌려 나간 이른바 ‘입틀막’ 장본인이기도 하다.

임 당선자는 당선 후 ‘대화의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관 파면 등을 내걸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대화에 앞서 의료 개혁 정책 후퇴 등 정부의 완전 굴복을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이번 의료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대표로 뽑은 것은 국민과 환자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지금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국민이 압도적이다. 빈사 상태인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의 심각성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한꺼번에 2000명 증원이 무리라고 생각한다면 대화 테이블에 나와 합당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의대 증원을 줄이자고 주장하니 누가 합리적 의견이라고 하겠나. 감정적인 막무가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의사가 아니라 불가능한 주장을 하는 노조원 같다. 복지부 장관 파면 등 주장도 지나치다.

지금 많은 국민과 환자는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내면서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정부도 문제지만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는 의사들 책임도 크다. 이번 사태 해결은 의사들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누가 의사 목소리를 대변하는지 알 수 없고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이 제각각 단편적인 목소리만 내면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의사들 법정 단체인 의협이 차기 회장을 정하면 그나마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가 생길 줄 알았더니 엉뚱한 주장을 하는 대표가 나왔다.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의사들이 이런 식이면 이번 문제가 어떻게 귀결되든 국민 존중과 신뢰를 크게 잃을 수밖에 없다.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