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10.20. 11:11업데이트 2023.10.20. 16:21
종괴와 혈액암으로 투병하던 럭키의 생전 모습. /대전경찰청
“럭키야 그동안 사람들을 위해 힘써줘서 미안하고 고맙다”
지난달 25일 대전 유성구 대전경찰청 경찰특공대 사무실 앞에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안장식이 치러졌다. 태극기로 덮인 유해는 사무실 앞 화단에 안장됐다. 유해의 주인공은 대전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견으로 임무를 수행해 오던 럭키(8·견종 마리노이즈).
2015년 4월 태어나 같은해 8월부터 대전경찰특공대에서 생활해온 럭키는 폭발물 탐지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종괴가 생기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급성 혈액암 전신 전이 진단까지 받았다.
병원에 입원해 온갖 치료를 받은 럭키의 증세는 갈수록 나빠졌다. 스스로 일어서거나 배변을 할 수 없었고, 피부 욕창과 내출혈까지 더해졌다고 한다. 수의사는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 럭키에게 고통만 남을 뿐이다”라고 진단했다. 럭키와 함께 생활한 특공대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안락사라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지난달 25일 대전 유성구 대전경찰특공대 사무실에서 열린 럭키의 안장식에서 특공대원들이 럭키의 유해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럭키는 대전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 에이스로 꼽혔다. 올해 초 경찰특공대 전술 평가대회에서 수색견 운용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매년 대회만 나가면 폭발물 탐지견이나 수색견들 중 3위 안에는 꼭 들었다.
럭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주요 행사와 폭발물 신고 출동, 실종자 수색 등 200회 이상의 임무를 수행해 왔다. 대전경찰특공대 김정식 경위는 “경찰특공대의 동료이자 선배로서 실력을 갖춘 보증수표와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생전 폭발물 탐지 훈련을 하는 럭키 모습. /대전경찰청
럭키의 사연은 경찰 내부망에 영상으로 공개됐다. 동료 경찰 100여명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줘 고맙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마. 고생했어. 럭키’, ‘경찰견에 대한 예우에 눈물이 난다’, ‘럭키가 참 많은 동료의 사랑을 받아왔구나’ 등의 댓들을 남겼다.
럭키의 핸들러였던 대전경찰특공대 이상규 경사는 “언제나 제가 준 것 이상으로 거의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되돌려주는 동반자였다”면서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고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 수색견으로 활동하던 럭키와 핸들러 이상규 경사.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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