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헌법재판관은 ‘9인의 현자’가 되어야 한다
입법폭주 내달리는 민주당… 검수완박은 그 완결판
국회주권·헌법주권 충돌할 때 무엇이 우선하나
선출된 권력 물론 중요하지만 입헌주의로 민주주의 지켜야
이번 헌재판결 유감이지만 ‘9인의 현자’를 기대할 수밖에
입력 2023.03.27. 00:11업데이트 2023.03.27. 10:41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3.03.23 /남강호 기자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Quis custodiet ipsos custodes?)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3‧23판결을 보며 이 경구가 떠올랐다. 지난해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온갖 꼼수와 편법, 불법이 판쳤다. 그런데 헌재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지만, 법률안은 유효하다고 선고했다. 하지만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가 망가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 없다. 민주 헌정을 지키는 게 존립 목적인 헌재로서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헌재의 잘못된 판결은 누가 판결하는가?
표면상 이런 억지가 생긴 이유는 이미선 재판관의 판결 때문이다. 이 재판관은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법률안이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8명의 재판관은 4:4로 나뉘어, 전체 인용 또는 전체 기각 쪽에 섰다. 그래서 심의·표결권의 침해는 5:4로 인용되고, 법률안의 무효는 4:5로 기각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체 기각 의견(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에 있다. 이 입장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헌법과 국회법 위반이 없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도 침해되지 않았고, 법률안 무효화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논리정연하다. 다만, 이 논리의 첫 단추인 민형배 의원의 탈당과 안건조정위원 선임에 대한 판단이 아킬레스건이다. 이게 무너지면, 모든 논리가 와르르 무너진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이견이 있을 때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 의원 수가 가장 많은 제1교섭단체 3명, 기타 3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국회법 제57조의 2). 그래서 민주당은 민 의원을 탈당시켜 기타 조정위원으로 임명해, 그 구성을 사실상 4:2로 만들었다. 의결 전에 게임 끝난 것이다. 인용 입장은 당연히 이걸 위법으로 판단했다. 이에 반해 기각 입장은 민 의원이 무소속이므로 “국회법상 아무런 제한이 없”고, “탈당은 의원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자율적인 결정”이라고 판시했다(2022헌라2).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다. 이런 뻔한 형식 논리로, 물 흐르듯이 전체 기각의 법리를 구성했다. 법의 자동기계와 무엇이 다른가.
이미선 재판관의 모순된 판결은 음미할 가치가 있다. 이 어긋남은 논리학보다 정치학의 대상이다. 이 재판관은 국회의 자율적 입법권을 존중해 헌재의 적극적 조치는 “헌법적으로 요청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했다. 권한 침해와 달리 법률안의 무효 여부는 자제하는 게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이라고 보았다. 그 관점에서, 이 사건은 “국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지점에서 전체 인용의 입장(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과 갈린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훼손했다. 헌법상 권한침해사유도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다수당의 횡포로 인한 위헌, 위법 상황을 차단해 헌법적 권한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리가 정연하고,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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