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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속 혼자 웃는 ‘37세 군주’… 개혁가인가, 독재자인가

鶴山 徐 仁 2022. 11. 13. 11:14

사회아무튼, 주말

 

경제 위기 속 혼자 웃는 ‘37세 군주’… 개혁가인가, 독재자인가

 

[아무튼, 주말] 17일 방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대해부

 

이혜운 기자


입력 2022.11.12 03:00

 

지난 7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그는 문화적으로는 개방 정책을, 경제적으로는 탈석유 정책을 시행하며 사우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밤거리로 유령, 마녀 분장을 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우디 여성들은 검은색 아바야를 벗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이 행사는 사우디 정부 후원으로 열린 ‘공포의 주말’, 사실상 할로윈 데이 행사였다.

 

이는 사우디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사우디는 이슬람교의 발상지로, 핼러윈뿐 아니라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비(非)이슬람권 기념일은 축하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 그러나 이날 거리 축제를 연 사람은 현재 왕위 계승자이자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37). 공식 직함은 왕세자지만, 그를 후계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해 87세인 그의 아버지는 2019년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권력자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다. 앙숙이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지난 7월 자존심을 굽히고 사우디를 방문했다. 3연임을 통해 ‘황제’가 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오는 12월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는 이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이 빈 살만을 만날 때는 평소와 달리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이렇게 전 세계 군주들을 손에 쥐고 흔드는 그가 오는 17일 한국에 온다.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빈 살만은 누구이고, 왜 전 세계는 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걸까.

 

◇존재감 없던 과묵한 왕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1985년 8월 31일 리야드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그의 세 번째 부인인 파다 빈트 팔라 알 히슬레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것이 없다. “과묵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아버지 뒤를 따랐다”는 정도다. 어머니는 부족원이다. 호주 언론 파이낸셜 리뷰는 “유년 시절 급우들은 아무도 빈 살만과 축구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빈 살만보다 승계 순위가 높아 보이는 그의 사촌들과 노는 것을 선호했다”며 “빈 살만이 그의 아버지가 첫 번째 아내와 사는 궁을 방문했을 때도, 이복형들은 빈 살만을 ‘베두인족(아랍의 유목민)’의 아들이라고 조롱했다”고 보도했다. 왕실 가족들이 찍힌 사진에서도 그는 항상 가장자리에 있었다.

 

그는 다른 왕자들과 달리 해외 유학을 다녀오지 않고, 리야드에 있는 킹 사우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2020년 출간된 책 ‘피와 기름(blood and oil)’엔 “그가 해외 유학을 거부했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고 해외 문물을 싫어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아이폰을 좋아하고, 미국 비디오 게임 ‘콜 오브 듀티’를 즐겨하는 E스포츠 팬이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신혼여행을 일본과 몰디브로 다녀왔다고도 한다. 일본 게임회사 SNK도 인수했고, 국내 게임회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도 갖고 있다.

 

빈 살만이 국제 뉴스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5년이다. 아버지가 왕으로 즉위하자, 그가 30세 나이로 최연소 국방장관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카타르와 단교하며, 레바논을 압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후 빈 살만은 국영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를 총괄하며 경제권도 가져온다. 2016년엔 사우디 경제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는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이듬해 ‘네옴(NEOM)’이라 불리는5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일에는 대만 폭스콘과 합작해 사우디 전기차 생산 계획도 발표했다. 한 사우디 왕족은 “빈 살만은 오래전부터 권력을 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항상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 쓰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놀지도 않는다. 공식적으로 부인도 한 명으로, 3남2녀를 두었다. 미 외교전문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그는 “아침마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개혁 군주인가, 독재자인가

 

올해 37세인 빈 살만은 문화적으로 ‘개혁 군주’다. 2017년 그는 여성의 자동차 운전을 허락했고, 아바야를 벗도록 했으며, 스포츠를 관전하게 했다. 종교 경찰에게서 체포 권한을 빼앗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후견인 역할도 상당 부분 삭제했다. 사우디에서 음악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도 빈 살만 덕분이다. 빈 살만은 30세 미만의 사우디인 중 58%가 오락에 굶주려 있고, 이로 인한 외화 유출도 상당하다고 분석한 후, 경제 개발의 일환으로 엔터테인먼트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2018년 영화관을 합법화했고, 2019년부터는 해외 가수들의 콘서트를 허락했다. 이후 머라이어 캐리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 저스틴 비버 등이 공연했다. 내년 1월에는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그의 개혁 방향과 달리 한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그에 대한 시선은 냉랭했다. 왕세자가 되는 과정에서의 잔혹함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초대 국왕인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가 아라비아 반도의 대부분을 무력 통일해 1932년 건국했다. 국가 운영은 오로지 왕족이 독점해 왔다. 왕족 내 수많은 왕자들은 요직을 나누는 것으로 견제와 상호 감시를 했다. 이 관례를 깨고 권력을 독점화한 최초의 인물이 빈 살만이다.

 

살만 국왕이 즉위했을 때 왕세자는 빈 살만의 사촌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였다. 살만의 형인 나예프의 아들이었다.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FBI 보안과정, 영국 대테러부대 훈련 등을 받은 그는 미국의 입장에서 편안한 정치가였다. 그러나 2017년 살만 국왕이 자신의 아들 빈 살만을 왕세자로 임명하면서, 빈 나예프는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로 자진 사퇴였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후 사우디에서는 유력자들이 부패 등의 혐의로 속속 구속됐는데, 그중에는 무타이브 빈 압둘라 왕자 방위부 장관도 있었다. 2017년 사우디를 탈출한 사드 알 자브리 사우디 전 정보국장은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그는 무한한 자원을 가진 살인자이자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라고 했다.

 

◇친트럼프, 반바이든

 

미국 언론들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분석한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국빈 방문국이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환영 인사로 1100억 달러의 무기 매각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한 달 뒤 빈 살만이 왕세자로 승격됐다. 바이든과는 선거 때부터 앙숙이었다. 바이든은 빈 살만을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2018년 발생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에 빈 살만이 있다며 공격했다.

이는 미 정부의 중동 정책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빈 살만을 군주로 대우하고, 중동의 축을 사우디에 두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화해시킨 뒤 이 두 나라를 이란과 대립시켜 중동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사우디를 중동의 중심에 놓지도 않고, 빈 살만은 패싱하면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통해 이란 자체의 위험도를 낮추려는 방법을 택하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모든 상황이 변했다. 물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사우디는 유가 급등이라는 호재를 맞았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우디의 투자와 지원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의 ‘네옴시티’는 토목부터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 현존하는 모든 산업 분야의 기술이 집약되는 사업이다. 수주에만 성공한다면 제2의 사우디 중동붐을 통한 경제 회복을 노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는 GS건설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22개 민간기업이 ‘원팀’을 구성해 사우디에서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를 개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2030 세계박람회 개최를 두고 한국이 경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당장 앞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취소된다는 말이 나오자, 각 기업에서는 부산엑스포가 변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빈 살만의 별명은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 추정 재산 2조 달러로 뭐든 다 할 수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