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쌍끌이 긴축’ 돌입, ‘추경 50조’ 공약에 집착할 때 아니다
조선일보
입력 2022.04.09 03:24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5월부터 금리를 대폭 올리고 보유 채권 매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QT)을 동시에 단행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금리 인상 폭(0.5%포인트)과 유동성 흡수 강도(월 950억달러) 모두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돈을 5조달러나 풀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석유, 곡물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40년래 최고치(7.9%)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지금 잡지 못하면 1970년대처럼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은 이를 피하기 위해 금리(현재 0.25~0.5%)를 연말까지 2%포인트 이상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쌍끌이 긴축이 세계 금융시장 곳곳에서 긴축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초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달러 투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동아시아 외환 위기가 발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환 비상금을 4600억달러 갖고 있어 외환 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18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가 문제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연 18조원 추가 부담이 생긴다. 현재 상장 기업의 40%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이다. 자영업자 78만 가구는 적자 상태로 빚을 177조원 안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이상 원금·이자 상환을 미뤄준 영세 기업, 소상공인 빚만 272조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추경 50조원을 편성해 돈을 뿌리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물가를 더 자극할 뿐 아니라 적자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현 시점에선 돈을 주기 보다 채무 구조 조정으로 빚 부담을 줄여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한 만큼 ‘추경 50조’ 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물가와 금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를 돕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토대로 추경 구조를 새로 짜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國際.經濟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y Times 정세분석 1385] 시진핑의 위험한 도박 (2022.4.10) (0) | 2022.04.10 |
---|---|
[중기 줄폐업?] 원자재값 쇼크 "사장이 야반도주?"...불러드 충격제안 "기준금리 3.5%로"...물가폭탄 충격 "IMF 때만큼 폭등"...자영업자 손실 "100% 보상한다" (0) | 2022.04.09 |
[뉴스속보] "내년 말 경기침체 온다"..."결국 인플레이션 공포 터진다?" [정완진TV] (0) | 2022.04.08 |
軍 월급 모아 200만원으로 시작… 美서 60억 투자 유치 (0) | 2022.04.08 |
주한 美대사 지명자 “CVID, 美정책에 부합…尹정부와 공동비전 협력” (0) | 202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