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질 수 없는 선거’가 ‘이기기 힘든 선거’ 되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侵攻이 한국에 주는 警告는 무엇인가
3월 9일, 전략적으로 思考하고 전략적으로 투표해야
입력 2022.02.26 03:20
한국은 선거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먼 나라라서 그곳 포성(砲聲)이 대선 후보자 귀에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곳 대선이 전쟁만큼 소란스럽기 때문이다. 이 대선도 3월 9일 결판이 난다. 들쭉날쭉 여론조사는 윤석열 약간 우세에서 박빙(薄氷)으로 변하고 있다. 예측불허(豫測不許) 선거에서 예측 가능한 것은 딱 하나다. 승패가 어떻게 갈리든 윤석열과 안철수의 득표수를 합산(合算)하면 이재명 득표수보다 많으리라는 사실이다. 정권 교체가 정권 유지보다 10~15% 높은 민심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야당 입장에서는 뭉치면 ‘질 수 없는 선거’이고, 흩어지면 ‘이기기 어려운 선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 나누며 웃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전쟁 같은 한국 선거가 끝나면, 우크라이나에도 ‘평화 같지 않은 평화’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고 했다. 코미디언 출신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렘린에 전화를 댔으나 푸틴은 받지 않았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우크라이나는 동맹이란 갑옷도 없다. 동맹국도 아닌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자는 데 찬성하는 미국인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기다려도 지원군은 오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효과를 내기 전에 주권국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손아귀에서 숨을 거두고,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悲劇)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두 번째는 희극(喜劇)의 모습으로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와 피해자에게 비극은 비극일 뿐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했다. 나라가 사라진 지 700년, 독립운동을 시작한 지 350년 만의 독립이었다. 20세기에만도 5번이나 독립선언을 했으나 그때마다 좌절됐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역사 속엔 ‘나라 없는 민족이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독립 30년 만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또다시 그렇게 연명(延命)할 수밖에 없는 운명과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우크라이나를 숨죽여 지켜보는 나라가 대만과 폴란드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점령·분할돼 수백 년간 나라를 잃었다. 대만은 시진핑의 중국이 푸틴의 러시아만큼 공격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중국은 군사력이 우위(優位)에 있을 때는 어느 시대에나 선제(先制)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고 밀어붙였던 공격형(型) 국가다. 두 나라 자구책(自救策)은 폴란드는 NATO 가입, 대만은 미국 붙들기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에 무엇을 경고하는가. 첫째, 군사동맹이란 어느 한쪽이 맺고 싶다고 상대가 언제든 응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대도 손익(損益)을 계산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안보동맹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이 동맹은 실익(實益)에 비해 부담이 너무 크다.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하기 어렵다. 6·25가 끝나갈 무렵 한국 처지가 꼭 이랬다. 그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을 주저앉혀 동맹 조약에 도장을 찍게 했다. 지금 대통령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동맹을 금 가게 하기는 쉬워도 새로 맺기는 어렵다.
둘째, 국가 안보 문제를 선거용 인기 몰이 소재로 삼아 대중의 손에 넘기는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아랫배에 해당하는 급소(急所)에 위치해 있다. 이런 나라에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대중의 러시아 혐오증(嫌惡症)에 올라탔고, 선거가 끝나면 목숨 줄인 안보 문제를 제쳐두고 사익(私益)과 파당(派黨)의 이익 추구에 골몰했다. 이승만의 동맹 정책도 박정희의 자주국방도 우크라이나에는 없었다.
셋째,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핵무기가 무엇인지 진짜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1991년 독립할 때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1400개가량의 구소련 핵탄두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면서 그 대가로 미국·러시아에서 경제 원조와 불침(不侵) 약속을 받아냈다. 세계가 박수를 보낼 때 미국 정계·관계·학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핵 없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위해 차려진 밥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인물이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였다.
그가 김정일 사망 직전 방한(訪韓)해 “내가 김정일의 안보보좌관이라면 절대로 핵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핵무기는 생존 수단이고, 핵 맛을 본 이상 절대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이 정권은 헛것을 보고 5년 내내 헤맸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사고(思考)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3월 9일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투표해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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