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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임명직은 선출직에 복종하라’는 反헌법적 발상

鶴山 徐 仁 2022. 2. 15. 16:22

[朝鮮칼럼 The Column] ‘임명직은 선출직에 복종하라’는 反헌법적 발상

 

헌법 7조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와 정치적 중립 규정
“너 죽을래” 하며 복종만 요구하는 이들에게 나라 경영 맡겨도 될까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입력 2022.02.15 03:20

 

유례없는 연초 추경의 대폭 증액에 반대하는 경제부총리에게 여당의 대선 후보가 ”월권을 하고 있다” “임명 권력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의 지휘를 받는 것이 정상적이다” “여야 합의조차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적절하다.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최근 2년 동안 코로나 대응을 빙자한 현금성 선심 공세 때마다 기재부가 제동을 걸었고 그때마다 여당은 경제부총리 탄핵, 기획재정부의 해체, 예산실의 총리실 이관 등 온갖 공격을 계속해왔다.

지난 2020년 11월 3일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 직후 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논란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즉각 반려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부총리가 월권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여당과 그 후보가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제1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보장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선출직(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다음 선거에서의 표를 생각하다 보면 편향된 결정을 할 수도 있으니 임명직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견제를 하라고 신분 보장까지 해주고 있는 것이다. 헌법 어디에도 임명직은 선출직에 복종하라고 되어 있지 않다. 임명권을 가진 선출직 앞에서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 공무원도 있지만 선출직에게 직언을 불사하는 공무원도 있다. 헌법은 후자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표율 77.7%, 득표율 41.08%, 국민의 31.7%의 지지로 선출되었고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분, 한분 모두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올바른 자세다.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무리한 탈원전 등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임명직들의 직언을 원천 봉쇄(“너 죽을래”가 대표적 예이다)하여 “선출직들이 흔히 범하는 과잉 의욕”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일 성싶다.

 

공무원들은 선출직에게 무조건 복종해서는 안 된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직원들이 보여준 기개를 본받아 선출직의 잘못된 결정을 막아내야 한다. 국민도 공무원들에게 맹목적인 복종만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나라 경영을 맡겨도 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재정 운용과 관련해서는 헌법 57조가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의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더 확실하게 행정부 쪽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장·관·항·세항·목으로 짜여 있는 세출예산에서 항 단위의 증액은 물론 비목의 신설조차도 행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 살림을 거덜 낸 것은 언제나 선출직이었던 만큼(임명직은 그럴 힘이 없다) 행정부에 여당만이 아니라 국회를 견제할 권한까지 준 것이다. 제1 야당과의 합의가 여야 합의도 아니지만, 여야가 합의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말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도 선출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명직의 월권” 주장은 더 터무니없다. 원래 기재부는 전쟁 때 이외에는 유례가 없는 연초 추경 자체를 반대했다. 14조원 규모의 추경이라도 편성, 국회에 제출한 것은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이 좀 망가지는 것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리고 경제부총리가 이에 복종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서 비로소 가능했던 일을 두고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한 것이야말로 정말 부적절하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위협적인 상황에 이른 물가·금리·환율의 상승을 더 조장하는 것은 “국민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님은 물론, 현직 대통령을 일자리·부동산·전력 등 미시 경제정책에서뿐 아니라 거시경제 관리에서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대선과 관련해서도 영끌 대출로 아파트·주식·코인까지 산 젊은이들의 분노를 폭발시켜서는 정권 교체 쪽의 표만 늘려 줄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을 수도 있다.

 

여당의 35조원 주장에 대해 야당이 50조원 대안을 내놓고 상임위에서 54조원으로의 증액에 동의해 준 속셈은 또 무엇일까? 선심 공세의 득표 효과는 최대한 공유하면서, 혹시 금리·물가·환율이 더 뛰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비등하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일까? 여당도 확실하지도 않게 된 득표 효과에 대한 미련 때문에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