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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통상정책 틀 새로 짠다

鶴山 徐 仁 2021. 12. 24. 20:30

Opinion :중앙시평

 

바이든 정부, 통상정책 틀 새로 짠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24 00:37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최근 미국의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상무부 장관이 잇따라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발언한 것들을 살펴보면 바이든 정부가 통상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통상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은 디지털 무역에 대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국가 및 경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권한과 자국 노동자와 기업을 차별하는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조치가 포함된 디지털 무역협정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데이터 국경이동, 데이터 현지화에 대한 규범은 물론이고 개인정보 보호, 정부의 정보 접근, 노동자 권리 등에 대한 규범을 중시하는 것 같다. 미국은 나아가 인공지능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윤리적 규범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국경 간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동 협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국, 아시아와 통상 협력 모색

디지털무역·보조금·강제노동 관심

‘인도-태평양 전략’ 구체화 전망

미 통상전략 변화에 대응 세워야

 

타이 대표는 최근 ‘미국철강제조업협회’ 초청 연설에서 세계 철강시설의 지나친 확대로 엄청난 규모의 과잉생산이 초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타이 대표는 이러한 과잉생산의 주원인이 세계 철강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무절제한 산업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미국 철강노동자와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미국 통상당국의 또 다른 관심사는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이 지급하는 불공정한 산업보조금에 대한 것이다. 타이 대표는 이러한 산업보조금이 과잉생산을 유발할 뿐 아니라 탄소배출도 증대시키기 때문에 기존에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수산보조금 협정’에 강제노동과 관련해 투명성 강화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 의회는 최근 중국의 신장지역에서 강제노동이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판단아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안’ 발의를 논의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세관당국이 신장지역에서 들어오는 목화와 토마토의 수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었다. 타이 대표는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노동자 중심(worker-centric) 무역정책’의 핵심이 자국 노동자를 포용하는데 있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강제노동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무역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이러한 통상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서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틀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국, 일본, 인도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법 232조에 의거해 유럽연합(EU)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했던 추가관세를 지난달에 철회하고 EU와 할당관세제도로의 전환에 합의하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앞으로 다양한 통상이슈들에 대해 EU와도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 이전에 미국과 EU가 협력해서 국제통상규범을 주도해나가고자 했던 구상을 다시 실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EU와 함께 과잉생산 문제와 탄소배출 문제를 연계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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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미국은 향후 통상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서 인도-태평양 지역 및 EU와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형태를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지역협정으로 할지 아니면 개별 국가들과 양자 간 협정을 체결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U와는 최근 발족한 ‘무역기술위원회(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활용해 다양한 통상이슈들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추진될 협정이나 연합에 대해 우리의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먼저 미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디지털 무역협정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디지털 무역협정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또한 산업보조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정립해야 한다. 특히 세계철강의 과잉생산은 우리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트럼프 정부가 우리에게 부과한 철강 수출쿼터의 철회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WTO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산보조금에 대해서도 긴 안목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