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김 “北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지역 안보에 파멸적 결과”
신진우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12-14 15:43수정 2021-12-14 16:03
백악관에 종전선언 반대 서한 보낸 한국계 영 김 의원 인터뷰
“종전선언, 北에 주한미군 철수 등 명분 제공”
“美 의회, 종전선언에 우려…백악관 아직 답장 없어”
“(북한 비핵화 약속 없는) 일방적인 종전선언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영 김(김영옥·59) 의원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한미가 최근 추진 중인 종전선언 관련해 “지역 내 중요한 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의 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 “정치적 선언도 유엔사 지위에 영향”
영김 의원 등 미 공화당 연방하원 의원 35명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 뉴스1(영 김 의원 트위터 캡처)
한국계인 김 의원은 지난해 미국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됐다. 특히 최근 김 의원 등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35명은 일방적인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공동서한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앞으로 보내 화제가 됐다. 종전선언에 반대하기 위해 미 의원 다수가 직접 집단행동에 나선 건 처음이다. 김 의원은 이번 공동 서한 작성을 주도했다.
김 의원은 서한까지 전달한 배경과 관련해 “우리 지역구는 물론 전국에 있는 한인 사회, 의원 동료들로부터 그동안 심각한 우려를 들었고 이번에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종전선언은 한반도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한미동맹에 의한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수천만 명에 달하는 미국·한국·일본인의 삶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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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이 법적 효력 없는 정치적 선언이기에 북한의 비핵화 약속 여부와 별개로 먼저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다르게 봤다. 그는 “종전선언이 설사 정치적 선언이라 해도 북한과 중국에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등을 요구할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선언도 주한 유엔군사령부 지위 및 한미의 전력 태세에 영향을 미친다”며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유엔사 해체 논의 등이 촉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한미 정부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우리가 마주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며 “적대행위 종식 선언은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제거하고, 제재 준수 및 인권 개선 등에 대한 검증 가능한 진전을 보여주면 이후 대화를 통해 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의회, 협의 없는 종전선언 논의에 우려”
한미가 조율 중인 종전선언 문안이 거의 완성 단계로 알려진 가운데 김 의원은 “의회에서는 의회는 물론 지역사회와 협의 없이 (종전선언)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행정부와 하원 외교 위원회는 종전선언 계획에 대해 의회에 브리핑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번 백악관에 보낸 공동서한에 대한 답장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브래드 셔먼 등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23명이 지난달 북·미 대화 재개 및 종전선언 등을 오히려 촉구하는 서한을 미 정부에 전달한 것과 관련해선 “23명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종전선언은 한미 동맹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이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깊이 있는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정부 내) 인력이 부족하고 이(북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은 상태인 건 맞다”면서도 “그렇기에 종전선언이란 이니셔티브에 전력을 다하면 더욱 안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성 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선임한 건 탁월한 선택이지만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임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우선시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는 대북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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