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코로나에 감염된 폐, 모세혈관까지 본다
세계에서 가장 밝은 유럽 방사광 가속기의 X 선으로 관찰
입력 2021.11.07 08:17
유럽 방사광 가속기 연구시설의 클레어 월시 박사가 고에너지 x선으로 관찰할 인체 장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의 폐 전체를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UCL
코로나 환자의 폐 전체를 모세혈관 단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X선 영상 기술이 개발됐다. 전자현미경으로도 비슷한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지만 작은 조직만 봤지 장기 전체를 볼 수는 없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유럽 방사광 가속기 연구시설(ESRF) 공동 연구진은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계층적 위상차 단층촬영(HiP-CT)이라는 혁신적인 영상 기술을 이용해 X선으로 장기 전체를 세포 단위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밝은 X선으로 코로나 사망 환자의 폐 관찰
◇머리카락 굵기 10분의 1 까지 확인
연구진은 X선으로 코로나 사망자의 폐에서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 굵기인 지름 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미터)인 혈관까지 볼 수 있었다. 병원의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은 그보다 100배 큰 지름 1㎜ 정도의 혈관만 볼 수 있다.
방사광 가속기에서 나온 고에너지 x선으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의 폐 전체를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UCL
이번에 사용한 X선은 세계 최고 성능으로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보다 1000억 배 더 밝다. 프랑스 그랑노블에 있는 유럽 방사광 가속기 연구시설이 제공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 나오는 X선으로 생명체를 비롯한 다양한 물질의 내부를 관찰하는 장비다.
연구진은 HiP-CT 영상 기술로 코로나가 폐에서 각각 산소를 교환하고 영양분을 제공하는 모세혈관들의 연결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코로나 중증 환자의 폐에서 모세혈관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입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마인츠대학병원의 막시밀리언 악커만 박사는 “코로나 대유행 발생 직후 조직병리학과 분자생물학 방법으로 혈관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질병임을 확인했지만 폐 전체에서 모세혈관들의 산소, 영양분 교환과 차단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의 폐 3D 영상. 방사광 가속기에서 나온 고에너지 x선으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의 폐 전체를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UCL
◇저커버그 지원 받아 장기 도감 제작
UCL 연구진은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만든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영상기술로 인간 장기 도감을 만들고 있다. 도감에는 뇌와 폐, 심장, 신장, 비장과 코로나 사망 환자의 폐 등 사후 기증받은 여섯 가지 장기의 정보가 실릴 예정이다. 건강한 폐 조직과 코로나 환자의 폐 조직 영상도 포함된다. 도감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의료진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UCL의 피터 리 교수는 “지금도 인체 조직을 아주 얇게 잘라 전자현미경이나 조직병리학 기법으로 관찰하면 마이크로미터 이하 단위도 볼 수 있지만 장기의 아주 작은 부분만 가능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영상 기술은 기존의 영상 기술을 장기 전체의 3D(입체) 구조로 연결시켜 인체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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