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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황, 訪北 수락했다”는데 교황청은 다른 발표, 3년 전과 판박이

鶴山 徐 仁 2021. 11. 1. 08:38

[사설] “교황, 訪北 수락했다”는데 교황청은 다른 발표, 3년 전과 판박이

 

조선일보


입력 2021.11.01 03:22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으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며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에 교황은 “(북한이) 방북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교황청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訪北)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계속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에 교황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황청 공보실은 “남북한이 형제애를 바탕으로 공동의 노력과 선의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했다”고만 밝혔다. ‘방북’ 관련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교황이 방북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을 수는 있다. 그런데도 교황청이 공식적으로 방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천주교 사제가 하나도 없는 세계 최악의 종교 자유 및 인권 침해국인 데다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닫는 폐쇄적 체제로 3대째 세습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 김정은도 교황의 방문을 껄끄러워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교황이기에 문 대통령의 방북 제안에 ‘초청장을 보내주면’이라는 단서를 내세운 의례적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년여 전에도 ‘판박이’처럼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유럽 순방 중 교황을 만난 문 대통령이 방북을 제안했고, 교황은 “김 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고 청와대가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교황청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방북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으며 이런 종류의 방문에는 심각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얼마 후에는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많아 방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정은도 교황청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청와대의 확대 해석을 전 세계에 퍼뜨린 것이 결과적으로 거짓 뉴스가 돼버린 셈이다. 이번 교황청 사례만이 아니다. 청와대가 북과 관련된 희망 사항을 담은 뉴스를 발표했다가 상대방에 의해 부인된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다”며 교황청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얘기를 단정적으로 전하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지만 속으로도 같은 생각이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공개하는 내용들이 실제 상황과 계속 엇나가면 우리 국격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